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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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을 열고 타인을 바라본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도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조금씩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공존하는 소설은 사회적 약자를 테마로 한 소설로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로 안보윤의 밤은 내가 가질게는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폭력에 노출된 한 아이를 바라봄과 동시에 폭력에 대처하는 힘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어린이집 교사로 있는 는 한 아이가 입학했을 때 아이의 엄마가 아동학대 경험이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매일 아이가 등원하면 옷을 벗겨 아이의 몸 상태를 살폈다. 몸 여기저기에 멍이 발견되자 아동복지국에 신고해 엄마로부터 분리했다. 할아버지 집에서 등원하기 시작한 아이에게 이상징후가 생겼다. 아동복지국이 아닌 경찰에 신고해 아동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폭력에 노출된 언니와 함께 지내면서부터다. 습관적으로 타인에게 이용당하던 언니가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개를 입양하기로 정한 것을 인정하면서 상처받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처에 노출된 사람이 같은 상처를 지닌 존재를 끌어안으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서유미의 에트르와 조남주의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는 전에 읽었던 내용이다. 다시 읽어도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이익만을 바라보다가 처한 상황에 다다르다 보면 생각을 바꾼다. 경화가 학원 옆 건물에 요양원 건물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앞장서 반대하다가 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학원 옆에 혐오시설이 될 것 같았던 요양원이 엄마의 치매로 자기에게 필요한 시설이 되었다. 상황에 따라 나와 우리 사회가 공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지연의 공원에서는 성 정체성과 함께 폭력에 노출된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말한다. 평소 큰 키와 짧은 머리로 남자로 오해받았던 인물이 여자라고 인정하자 폭력에 노출된다. 공원에서 술 취한 남자는 여자를 때리고 사라졌다. 폭행한 남자를 특정할 수 없었던 여자는 공원이 불편한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한 아이가 다가와서 벤치에 앉으며 우는 여자를 달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법. 아이의 작은 위로가 다시 공원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최은영의 고백은 우리의 말과 표정이 어떻게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미주와 주나, 진희는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할 말 하는 주나와 달리 진희는 책과 함께 가까워졌다. 셋은 한 명과 가까이 지내면 다른 한 사람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다. 진희가 미주와 주나에게 고백했다.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에 주나는 역겹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미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희는 생일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은 나 아닌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미주는 주나의 말 때문에 상처받았을 거로 여겼지만, 주나는 미주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미주는 진희가 고백하던 날의 자기의 표정을 알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마음이 드러나 있었던 거다. 말 보다 더 잔혹한 표정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랜만에 김숨의 단편을 읽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고장 난 보일러를 바꿀 돈이 없어 영하 15도를 웃도는, 등골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몸서리쳐지는 밤을 보내는 한 노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짖지 못하는 개를 안락사의 위기에서 구해온 아내를 생각한다. 개라도 품으면 몸이 따뜻해질까. 얼어 죽지 않으려고 개를 끌어안고 자는 에스키모들의 개의 밤 이야기를 떠올린다. 온기를 찾는 노인이 안타깝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저 골목길 어딘가에도 온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른 척하고 있지 않은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김미월의 중국어수업은 전문 대학의 부설 한국어 학원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가 주인공이다. 수는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학생들은 비자를 받으러 한국어 수업에 등록했다. 중국인이 한국에 장기 체류를 위해 필요한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곳이 학생 비자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머물 공간을 그려본다. 애인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는 남학생의 상황을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수 또한 계약직으로 3개월마다 재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가 속해있는 공간은 누군가가 나서야 드러나는 것 같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관심과 배려가 타인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자. 사는 게 버거워도 마음 한 조각 나누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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