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즈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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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작가가 말하는 세계에 감동하여 그동안 출간된 작품을 읽어보고자 했다. 그중의 한 작품으로 자서전이나 대리 번역 등 자기의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출간되는 작가들의 세계를 나타낸 소설이었다. 전업 작가로 지내는 분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몇몇 유명한 작가 외에는 출판사나 다른 계통에서 일하거나 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며 어렵게 글을 쓰는 걸로 알고 있다. 좋은 작품을 쓰려는 작가들의 애환은 여러 매체에 심심찮게 드러난다. 그에 한발 다가선 느낌의 소설이었다.

 


푼돈에 창작력과 주체성을 파는 작업. 그래서 무명도 아니고 유령인 것이다. 창공을 떠도는 구름처럼, 강물을 부유하는 썩은 나뭇가지처럼, 그렇게 어디 하나 자리하지 못한 채 글을 쓰는 것. 그들에겐 뿌리가 없으므로 작품이란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지금 나는 고스트라이터다. (20페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시영의 현재는 대필 작가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유령 작가가 되어 타인의 작품을 써주고 고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일이 끝나면 소설을 쓰려고 책상에 앉아도 한 줄도 쓰지 못한다. 그러다 한 여배우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주면 큰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 몇만 원으로 어떻게 한 달을 살아야 하나 했던 그의 고민을 한순간에 날릴 만한 큰 금액을 입금해 주었다.

 


김시영이 여배우 차유나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 그걸 읽은 차유나의 미래는 김시영이 쓴 대로 된다. 즉 김시영에게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눈치 챈 강태한에게 납치당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글을 쓰라는 강태한, 그에 맞서는 김시영. 강태한의 복수를 위해 죽음으로 몰고 간 이야기를 들은 그는 고스트라이팅 능력을 지닌 다른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추리 소설 형식을 이용해 유령 작가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등단 작가들의 애환과 진정한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말한다. 아울러 타인의 글을 착취할 뿐 아니라 고료를 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현실을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큰 산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지상태로 열린 화면, 몇 줄을 썼다가 지우고 나면 한 줄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두려움마저 느끼지 않을까.


 

총 열 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의 첫 장에 저명한 작가들의 이야기와 글쓰기에 관한 명언들이 실려 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글쓰기의 방법 혹은 생각들이다. 저마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글쓰기를 한다. 어떤 이는 모두가 잠든 밤에 쓰고, 어떤 작가는 아침에 출근하듯 집을 나서 글을 쓰고 퇴근하듯 돌아온다. 각자의 루틴에 따라 쓰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글로 나타나기란 실로 어려운 법인가 보다. 애쓰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 이야기의 힘과 더불어 머리를 쥐어 짜내듯 해도 나오지 않는 상태의 무기력과 절망의 크기는 꽤 클 것 같다.

 


그는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서 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 이야기를 읽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풍요로워지길 바라며 쓴다. 그와 독자들은 이야기를 나눔으로 풍요로워지고, 살아 있다고 느끼고 행복해진다. (334페이지)


 

김시영이 원하는 대로 풀리는 내용에서는 통쾌함이 있었다. 픽션이지만, 어딘가에서, 여전히 김시영처럼 유령 작가가 되어 페이지 당 얼마간의 고료를 받는 작가들은 많을 것이다.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낸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저자의 경험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박진감이 느껴진 소설이기도 했다.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 결국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 자기가 쓴 글을 읽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작가는 행복해한다.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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