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폐허가 된 장소에도 역사가 있다. 역사를 알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말해준다. 타인의 삶을 보면 내 삶의 지표를 어디로 향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게 독서의 힘이 아닐까.

 


트래비스 엘버러의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읽으며 우리가 보존해야 할 유산을 지키는 법, 기후 위기에 맞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도로 보는 폐허의 역사를 읽으며 세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싶었다. 기후 위기로, 혹은 쓰임을 다해 폐허가 된 장소들을 지도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역사 안내서라고 볼 수 있겠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만든 히틀러가 사실은 유대인이었을 거라는 내용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히틀러의 할머니와 아버지의 고향인 될러스하임이 베를린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던 역사가 뒷받침해주는 것 같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이티의 상수시 궁전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1791년 노예 반란이 일어난 직후 식민 지배를 타도하는 투쟁에 나섰던 크리스토프였다. 1804년 최초로 흑인이 독립을 주도한 주권국가이자 노예 반란을 통해 노예를 해방한 사회가 되었으나, 자신을 위한 요새 궁전을 세우며 독재자로 변해가던 그는 아이티를 왕국으로 선포하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최악의 지진으로 상수시 궁전은 무너져 현재는 폐허만 남았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총생산량의 10퍼센트 이상을 공급하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한 곳이었던 콜만스코프의 현재는 버려져서 허물어진 주택과 콜만스코프 전역을 잠식한 모래더미에 파묻혔다. 나미브사막의 모래 언덕이 사람이 떠나버린 공간을 메워버린 곳. 버려져 있는 장소일 뿐이다.

 


추운 겨울이나 은행 강도 등 범죄에 가담한 이들이 주로 착용하는 발라클라바는 빅토리아 시대 중기 군복의 일부였다. 영국군이 착용한 것 중 유행시킨 첫 번째 모직 의류는 니트 조끼 즉 카디건이다. 두 번째는 역시 군복의 일부였던 발라클라바다. 이 모자의 이름을 따온 지역이 소련의 극비 잠수함 기지로 쓰였다. 기지가 완성되며 공식지도에서 지워졌다. 소련의 해체 후 크리미아반도는 새로 독립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넘어갔다. 우크라이나는 잠수함 기지가 황폐해지도록 방치하는 대신 박물관을 열어 대중에게 공개해 잊지 않게 해준다.




 


우리는 불의를 생생하게 기억해야 한다. 과거에 그토록 참혹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도록, 미래에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르완다와 국경을 맞댄 우간다 남서부의 분요니호수에는 수풀이 무성한 환초 아캄펜섬 혹은 형벌의 섬이 떠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이 좁다란 섬은 소름 끼치는 역사를 품고 있다. (283페이지)

 


아칸펜섬은 가족에게 수치를 안겨준 젊은 처녀가 끌려와서 버려지는 곳이었다. 처녀성을 잃지 않은 딸은 결혼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상품이었다. 지참금으로 가축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혼하기도 전에 아이를 밴 여자는 부족의 성적 도덕률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잠재력 수입을 빼앗고 먹여 살릴 입까지 늘린 죄인으로 여겼다.’ 아캄펜섬에는 나무가 두 그루밖에 없었으며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열리지 않아 사실상 죽음의 섬이었다. 분요니호수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 섬은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에 빠졌다.

 


황폐해지고 버려진 장소를 지도와 함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게 한 책이다. 언젠가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도로보는인류의흑역사 #트래비스엘버러 #한겨레출판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인문 #역사 #폐허 #사회문화사 #하니포터 #하니포터6#하니포터6_지도로보는인류의흑역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