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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평점 :
호텔에서 메이드와 마주했을 때 얼굴을 기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는 하지만 얼굴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일 년에 몇 달, 장기간 투숙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호텔을 사용하는 손님보다 메이드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내용이라 궁금했다. 무엇보다 소통 장애가 있는 주인공의 활약과 성장을 기대했다.
몰리는 호텔 메이드로서 자부심이 강하다. 청소용품이 들어있는 카트. 사물함 문에 걸려 있는 비닐 커버를 씌운 메이드 유니폼을 사랑한다. 웅장하고 화려한 호텔의 일부가 되어 아침이면 출근을 한다. 다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출근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리젠시 그랜드 호텔의 오랜 단골인 찰스 블랙 씨와 지젤 블랙 부인이 머무는 스위트룸에서 블랙 씨의 주검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갔다가 어느 순간 용의자가 되며 몰리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통에 문제가 있는 몰리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데이트 신청을 받고 싶은 로드니나 예의를 다하는 후안 마누엘을 친구라 믿고 도움을 주었으나, 몰리를 이용해 무언가를 취하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소통의 중심에 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몰리는 혼자가 되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는 프레스턴 씨의 말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종종 의외의 상황을 만나고 의외의 사람을 만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연으로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고통은 병처럼 전염된다. 맨 처음에 그걸 견디는 사람에게서 그 사람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번진다. 진실을 말하는 것만이 늘 최상의 해결책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진실을 막기 위해 진실을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조차도 그걸 본능적으로 안다. (222페이지)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던 페이지를 다시 들춰 읽어보니 문장에서 숨은 장치를 이제야 발견하게 된다. 몰리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는다. 몰리 곁에 있는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힘든 일을 겪어 봐야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몰리를 감정이 없는 사람 취급하던 이들의 마음도 변하지 않을까. 소설일 뿐이지만, 삶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장애가 있다고 하여 편견과 차별로 사람을 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하지 않았던 것. 자신만의 방법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했던 거다.
마지막 반전은 놀랍다. 몰리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숨을 쉴 수 없다. 따뜻하고도 짜릿함을 주는 소설이다. 아울러 플로렌스 퓨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 확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겠다. 소설에서 느꼈던 것과 영화에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것이다. 기대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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