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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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은 소설의 첫 장부터 남다르다. 첫 문장이 중요한 이유다. 많은 이야기가 응축되어있는 그 한 문장에 꽂혀 책읽기를 계속한다.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하고 몇 장 남지 않은 페이지가 아쉽다. 그걸 경험하는 시간이 좋다. 셸비 반 펠트의 첫 소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소설이었다. 다음 장이 궁금해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그러다 보면 마지막 장에 와 있다.


 

등장인물들은 상당히 소란스럽다. 30년간 이어온 우정이 그렇듯, 그 집의 온갖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70대의 가냘픈 몸을 이끌고 아쿠아리움에서 야간 청소를 하는 토바 설리번도,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거대태평양문어 마셀러스도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하루하루를 버틴다. 여기에 새로운 청소부 캐머런이 합세한다.





 

마셀러스는 월드컵 경기 승패 결과를 맞혔던 문어에 가깝다. 지능이 높고 위장술에 뛰어난 마셀러스는 인간들이 주는 먹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수족관의 다른 먹이를 찾아다닌다. 스스로 나사를 풀어 나다니다가 그만 전깃줄에 갇혀 죽을 뻔한 상황에서 청소부 토바가 그를 살려준다. 토바는 열여덟 살에 갑자기 사라진 아들 에릭을 그리워한다. 남편 윌 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파도 누군가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 집을 정리하고 요양원에 들어갈 생각을 한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토바와 달리 캐머런은 어디 한군데 직장을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함께 사는 연인 케이티가 낮에 갑자기 집에 들어오면서 실직 사실을 알았다. 케이티는 캐머런의 무능력을 탓하며 집에서 쫓아냈다. 누가 봐도 한심한 사람으로 비친다. 친아버지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부동산업자 사이먼 브링스를 찾기만 하면 현금을 뿌려줄 거 같다. 고물 캠핑카를 구입해 소웰베이로 찾아온다.


 

소웰베이의 아쿠아리움에서 다친 토바를 대신해 청소를 시작하는 캐머런. 청소를 잘하고 야간에 찾아온 토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캐머런을 지켜보는 마셀러스. 아주 중요한 단서를 그들 사이에 놓아주지만, 소설의 특성상 독자는 아는 사실을 주인공들은 마지막 장에 다가가서야 깨닫는다.




 


노인들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토바가 30년 넘게 알아 온 니트-위츠 친구들도 딸과 손녀딸과 함께 지내려고 이사를 계획했다. 토바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아서 우울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친구들이 곁에서 돌봐주겠다고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요양원이 선택 대상에 떠오르지만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나이가 든 할머니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그려져 있다. 말이 통한다고 해서 모두 토바와 캐머런 같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직장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누군가는 그를 내쫓을 것이고, 누군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것이다.


 

재미있고 따스한 이야기다. 마셀러스와 토바, 토바와 캐머런이 등장하는 아쿠아리움의 저녁 시간, 자기 일을 할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인간인 거 같다. 비록 그 존재가 문어일지라도. 문어와 인간이 어떻게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하겠는가. 잃어버린 열쇠와 신분증을 몰래 가져다 둔 마셀러스의 깊은 마음을 모두 함께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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