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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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하나가 내게로 오는 계기는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는 작가 외에 마케팅 담당자가 작성한 어느 홍보 문장이 눈에 띄는 경우다. 제목이 직설적이고도 특이해서 관심을 가졌으나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출판 계약까지의 과정 때문이었다. 여덟 편의 원고가 도착하고 독자가 되어 읽은 후 출판사 관계자에게 원고를 보내고 출간하게 된 책이다.

 


소설은 유쾌하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건 기본이다. 작가의 말발에 휘말려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른다. 띠지에 적힌 문장 하나가 눈길을 끈다. ‘염기원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고 한 고은주 소설가의 말이다. 이 작품 외에 7편의 작품이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새로운 작가의 탄생은 맞는 거 같다.




 


중고등학교 때 투포환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고졸 출신의 공장 노동자, 가족 중 유일하게 정규직인 채하나는 동영상에서 집 나간 오빠 얼굴을 발견했다. 사기꾼을 고발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사기꾼에게 당하고 있을 오빠가 걱정돼 그 길로 오빠를 잡으러 떠난다는 내용이다. 소설의 부제 사기꾼들의 전성시대에서 드러나듯 사기꾼에 관한 내용이며, 작가가 몸담아 왔던 IT 업계의 내용에서부터 우리가 기레기라고 부르는 기자들의 행태까지 현재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오빠 새끼라고 부르지만, 남매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염려에서 우러나오는 애틋한 관계라고 봐야 한다. 때 이른 여름휴가를 내고 오빠를 구하려 태백에서 서울로 향하며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빛난다. 경제적 상황이 전혀 다른 친구 미주와 그녀의 오빠 우주, 하나와 채강천은 한 팀을 이루듯 가깝다. 책기꾼을 고발, 성토하는 하연 언니의 말에서 오늘의 현실을 마주한다. 마냥 가볍다고 할 수 없는 내용의 소설이다.

 


오빠를 향한 하나의 염려 때문일까. 독자인 우리도 하나의 시선에서 채강천을 바라본다. 사기꾼에게 홀린 건 아닐까. 부디 별일 없어야 할 텐데, 하고 말이다. 아닐 줄 알면서도 독자는 하나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오빠를 찾으러 다니면서 하나는 그가 했던 질문을 떠올린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이다. 톨스토이의 작품 제목이 떠오르는데, 삶과 죽음을 동시에 생각하다 보면 이 문장이 저절로 떠오른다. 보다 근원적인 질문, 삶과 죽음에 관한 의문인 거다. 미주는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 또는 돈 때문에 산다고 대답한다. 하나는 오빠의 생각이 궁금했다. 오빠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지 궁금했던 이유다.




 


믿음으로 살지. 손을 맞잡고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 그렇게 가다 보면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218페이지)


 

사기꾼에 당하여 패가망신한 사람이 아버지여서일까. 사기꾼이 발붙이지 못하게 애쓰는 채강천의 마음이 드러나는 문장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한 조각이라도 믿음이 남아 있어야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좋은 세상을 꿈꾸는 모범적인 답변이며 생각이다. 대부분은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다 자기를 위해 살아간다. 내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라치면 겁부터 먹을지 모른다. 타인과 나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독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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