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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평점 :
프리다 칼로의 그림 몇 편과 함께 화가의 삶을 짧게 접했었다. 화가의 탄생부터 사고가 일어난 후, 의사에서 진로를 바꾸어 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야기에서,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작품을 보며 삶이 곧 작품의 모토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프리다 칼로의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화가로서의 발자취가 곧 작품이 된 것을 마주했다.
그림이 주는 위로가 크다. 우리가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듯, 작가 또한 마음속 깊은 곳의 울분과 슬픔을 그림으로 나타내며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스스로 그림에 파고들며 삶의 고통을 표현했고, 그림 작업이 곧 그녀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프리다 칼로가 탄 버스의 사고로 쇠 파이프가 그녀의 가슴을 뚫고 골반을 통해 허벅지로 나왔다. 3개월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던 그녀는 사고의 순간을 극복하고 그 순간을 그리기로 했다. 사고 이후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내가 접했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강렬했다. 제대로 된 지식이 없어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만 여겼던 듯하다. 물론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바람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한 화가의 삶을 망라하는 작품과 그것을 설명하는 글 때문에 프리다 칼로를 제대로 알게 된 거 같다. 깊이 있게 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온전한 지식이 중요한 법이다.
프리다 칼로는 그림 속에 모든 것을 표현했다. 작품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을 보면 남편 디에고가 잘나가는 화가답게 거대하게, 프리다는 그 옆에 수줍은 모습으로 작게 표현했다. 물론 디에고의 실제 체형이 크다는 것은 사진을 통해 살펴보았다. 프리다 칼로는 지혜의 눈을 자주 그렸다. 특히 디에고의 이마에 두 눈보다 더 큰 지혜의 눈을 그려 남편을 향한 사랑의 크기를 나타냈다.
남편을 사랑했던 프리다는 끊임없는 바람기 때문에 이혼했다가 다시 재혼하는 과정을 겪으며 남편을 향한 사랑은 변함없지만, 자신이 품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자화상에서 프리다는 피를 흘리거나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그렸다. 그림에서나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할 당시 프리다는 남편의 바람기를 알고 있었다. 남편보다 스무 살 이상 어렸던 그녀는 변하게 만들 줄 알았다.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없는 법. 프리다와 가장 가까웠던 여동생과도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받았다.
4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사고가 났을 때를 그리기 시작했던 작품부터 남자친구에게 주려고 그렸던 그림, 친구, 의사에게 주려던 자화상, 아이를 낳고 싶은 애틋한 마음, 아이를 유산했던 슬픔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작품 등은 화가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 안타까웠다. 작가의 복잡한 심경은 그림에 담기기 마련이다. 자화상의 표정부터 다른 법이다. 주변에 놓인 물체 하나에도 마음이 깃들어 있다. 수줍은 미소, 어두운 커튼, 검푸른 바다, 눈물을 흘리는 화가. 피가 낭자한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서정욱 미술토크’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자세한 그림 설명으로 인하여 그림에 더 집중하는 효과를 주었다. 프리다 칼로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느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났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여러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던 프리다 칼로는 신체의 고통 또한 만만치 않았다. 평생 자화상 등을 그렸지만 죽기 8일 전에 그린 그림은 정물화다. 여러 개의 수박이 있는 그림으로 ‘ViVA LA ViDA’ 즉 ‘인생이여 만세’라고 적었다. 프리다가 생각했던 인생의 한 페이지, 희망에 찬 미래에 대한 꿈이 사그라들 즈음, 먹음직스러운 수박은 그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비추는 것만 같다. 우리의 인생도, 고통의 연속일지라도 마지막은 환한 빛으로 가득 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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