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 - 국선변호사 사건 일지
신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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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속의 국선변호사들에게서 느껴졌던 건 무관심 혹은 무성의였다. 국선전담변호사는 형사재판을 받을 때 반드시 변호사가 선임되어야 한다는 규정때문에 피고인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을 때 법원이 의무적으로 선임해주는 제도다. 변호사들이 당번제로 돌아가며 국선변호를 맡았던 시절에는 없는 시간을 빼서 해야 하므로 무성의한 태도때문에 원성을 샀다. 이에 대법원은 2004년부터 국선변호만 담당하는 국선변호사를 뽑았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국선변호사의 무성의는 이제 옛말이라는 거다. 영화의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민영 변호사의 사건 일지로 최근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에피소드의 원작 일부를 수록했다. 


 

실제 사건과 드라마의 사건을 비교해보며 피고인이 느꼈을 감정과 변호사로서 바라보는 사건의 차이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피고인을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사건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사건이 일어난 경위를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충 사건을 처리할 거라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게 되었다. 




 

 

무지때문에 죄를 짓게 된 상황과 억울하지만 합리적 증거를 댈 수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하여도 사건과 더불어 자세히 설명해 법에 대하여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다양한 사건을 토대로 법에 대하여 설명했다. 

 


아동학대에 관한 건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피고인이 정신질환때문에 아이를 칼로 찔러 다치게 했으나 아이의 법정대리인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은 어린 아이 외에 다른 자녀가 있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였다. 치료 감호 또한 원하지 않아 이후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고 보기 어려울 거 같았다. 변호사도 고민했던 내용이지만 국선 변호인이 모든 걸 감당할 수는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 크게 느낀 점 몇 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정당방위란 없다는 거였고, 두 번째는 의무교육 과정에서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무지로 인해 그게 죄가 되는지 모르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에 먼저 쳤으니 나도 때렸다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 조항 중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벌하지 않는다'라는 규정 때문이다. 빌려 준 돈을 받기 위해 납치하듯 차에 태우고 울고 있는 아이까지 차에 태웠던 행위를 죄가 되는지 몰랐다고 한 피고인의 이야기에서 우리라고 다르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법의 무지에서 오는 행동이었다. 

 


법과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변호사. 어떻게 하면 피고인의 입장에서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마치 변호사가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사건이라도 피고인에 따라서 그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의사의 진단서가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에 따라 다르며 그에 따라 미치는 영향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사항을 알 수 있었다. 


 

우영우 변호사의 따뜻한 이야기에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자폐를 가진 변호사와 사건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좋아 챙겨보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도 이 책에 들어있는 사건을 가져와 공감하는 부분이 컸다. 드라마라고 해도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나타낸다는 거다. 드라마에 맞게 각색하였지만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생기고 억울한 피고인도 있다는 거다. 

 


평소의 나를 생각해보고 있다. 탈북자나 이민자의 사건 기사를 보았을 때 한국인이 아니라고 무관심하지 않았나.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강조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관심 같은 거 두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차별하고 배제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한 법 제도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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