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아파 길을 헤맬 때 뜻밖의 장소에서 위안을 얻는 경우가 있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편안함. 때로는 낯선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듯, 발을 딛고 서 있는 장소가 큰 의미가 된다. 마음을 둘 데가 없어 길을 떠났다. 시골 어느 변두리,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온다. 커피 한 잔을 내줄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에 책과 음식이 있었다. 물론 예약해야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게도 아주 작은 공간 하나 내어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의 이름은 소양리 북스 키친.


 

일명 책들의 부엌이다. 책과 음식, 북 스테이를 겸할 수 있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근처 음악 공연에 갈 수도 있다. 풀리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혹은 번아웃을 느꼈을 때, 목표를 향하여 쉼 없이 달려왔으나 가로막힌 순간을 경험할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와 책과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책을 구매하고 엽서에 편지를 써 크리스마스에 받아볼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여행 시 우체통 앞에서 1년 뒤에 받을 수 있는 편지를 써 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을 쓸까 고민하면서 쓴 글이 받아보았을 때는 그때의 고민이나 염원은 매우 가벼운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희망적인 언어를 주로 쓰는데, 불안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될 거라는 마음을 담는다.

 


저마다 우울한 순간,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꼭꼭 숨겨두었던 마음을 꺼내 놓기도 하고, 삶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된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듯.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온 사람들은 이 장소에서 비로소 자기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게 된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다고 치자. 내가 하는 고민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중요할 거 같지만, 누구나 이런 고민 하나쯤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면 비로소 우리의 시야가 좁았음을 알게 된다. 누구나 비슷한 고민과 더한 고통을 가지고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225페이지)

 


소양리 북스 키친 운영자 유진은 그 사람에 맞게 책을 처방해준다.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문장 한 구절, 책 한 권은 큰 의미를 갖는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책의 느낌도 달라지는 법. 어느 순간에 확 와 닿는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듯 음식도, 공간도 기분에 따라 좋은 곳이 될 수도, 그저 그런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유진이 처방해주는 책을 보고 있자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작가가 좋아하는 책, 읽었던 책들의 목록이 반가워서였다. 내가 읽었던 책의 공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반가웠을 것이다. 빨강 머리 앤의 모퉁이에 대한 부분은 나도 아주 좋아하는 문장이다. 읽을 때마다 포스트잇을 붙여 놓고는 한다. 좋은 문장을 인용해 이 소설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감정. 그것이 애틋한 마음의 다른 표현이었음을 대화를 했을 때 드러난다. 마음에 담고만 있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동식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엄마에게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거부의 표현으로 엄마를 미워하고 자신을 학대했다. 물어보기로 결정했을 때 그는 마음을 열었던 거다.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책이 있으면 그 곁으로 다가가 책들의 목록을 살핀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반가움 혹은 공감을 하며 책 목록에서 드러나는 그 사람의 취향을 짐작해본다. 소양리 북스 키친이 어디쯤 있을까. 작가의 상상력의 장소이지만,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다. 싹싹한 성격의 시우가 손님을 맞이하고, 말없이 커피를 건네는 유진의 손길이 따스할 것 같다. 머물고 싶은 장소. 마음을 나누는 장소가 될 소양리 북스 키친에 가고 싶다.

 

 


#책들의부엌 #김지혜 #팩토리나인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K소설 #K문학 #쌤앤파커스 #북스키친 #소양리북스키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