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데이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0
서수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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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과 인종이 다른 사람이 만나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문화와 습관이 차이에서 오는 다름. 그것을 넘어서기란 마치 문화가 가진 본질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전에는 국제 연애하는 사람을 볼 때면 참 낭만적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어쩌면 굉장히 어려운 연애라는 것, 평생 이해하지 못할 일도, 견해의 차이가 클 거라고 예상했다.

 


삼십 대의 호주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이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서로의 연애에 대하여 깊이 파고드는 것과는 다른,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인식하는 과정들을 나타낸 소설이다. 두 사람의 사고방식은 좁힐 수 있다 치더라도 상대방 부모와의 견해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거 같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유진은 한국인으로,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호주인으로 자란 데이브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연애의 시작에서부터 다르다. 집에서 물담배를 하자는 초대의 의미와 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의 차이. 집에 초대했을 때 물담배 말고 다른 것을 할 건지 하지 말 것인지를 미리 말해야 한다고? 한국인처럼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건 없는 거 같다. 그에 따른 문제, 상대방이 잘못 인식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그어진 선에 대하여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만의 선을 그어놓고 그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혼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이브에 반해 유진은 엄마의 요구도 그렇고 결혼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인이 서로의 부모에게 초대받은 일을 결혼의 시작점이라고 보는 반면, 외국인은 자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상황을 비교적 가볍게 받아들인다. 데이브의 부모 집에 갔을 때 유진이 입었던 원피스에 대하여 말해 보자. 격식을 갖춰 불편한 옷을 입었으나 데이브의 부모나 여동생과 여동생의 여자친구가 편한 옷을 입은 것의 차이는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불편하다. 초대받은 집에서 한국식으로 도와드리겠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의 차이와도 같다. 초대된 손님이 설거지하는 경우는 없다는 걸 유진은 몰랐다.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으로 생각했다.

 


이와 반대로 데이브가 한국에 왔을 때, 무거운 물건 때문에 엄마가 도와주러 집 밖에 나왔을 때 데이브를 마주쳤다. 데이브는 당연히 자기를 초대할 줄 알았는데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하겠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는 집에서 편하게 입었던 옷이 불편했고, 데이브는 집에 찾아온 손님을 내쳤다고 생각했다. 데이브가 유진의 엄마에게 정식으로 초대받아 갈 때 데이브가 선물하려 했던 빗자루는 압권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선물은 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주고 싶은 선물을 할 거라고 말하는 데서 오는 이질감 혹은 다름의 인식이다.

 


한국 사람들도 결혼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결혼과 동거의 차이에 대하여 서양처럼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거 같다. 결혼에 대한 확고한 생각, 결혼과 아이에 대한 미래를 그리지 않은 사람이 하는 행동에 마냥 그의 뜻이 맞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얼마나 불합리한가 말이다. 자기의 유전자를 물려준 아이가 자기의 아이인가 가족의 아이인가. 어쩌면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는 거라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만약 우리가 특정한 나라의 외국인을 만났을 때 저절로 그 나라의 정치적 현실이 궁금해 질문하게 될까.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는 건 좋으나, 국가를 대표하여 답을 내놓기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고 해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유지하지 않느냐 말이다. 언젠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에 대하여 표현하는 걸 보았다. 북한과의 갈등은 국가의 일이고 우리는 개인이므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를 하기 마련인 것이다.

 


유진은 정성껏 그린 그림을 뭉개는 작업을 했다. 그림을 뭉갰다는 것은 유진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거다. 사람의 얼굴이 뭉개졌다는 건 그 사람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 태즈메이니아 창에서 바라보았던 풍경과 뭉개지 않을 그림을 그릴 것 같았던 마음은 곧 다름의 차이로 역시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랑이 어디까지인지, 국적과 인종 간의 갈등과 다름을 극복하기란 역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그녀가 햇살 가득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유진은 다른 삶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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