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생각이라는 것을 할 때부터 삶과 죽음은 영원한 화두가 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천착해왔다면 어쩌면 지금은 삶과 죽음의 그 경계선에서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 더 관심이 간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는 태어났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 그 질문의 해답을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을 읽었다.

 


우리의 미래를 SF소설에서 예상한다. 더 발전되어가는 시대에서 기술적 발달로 인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존재가 우리와 함께 살아갈 거라는 건 예전부터 영화에서, SF소설로 만나왔다. 최근에 읽었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나를 보내지 마를 떠올렸던 소설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인물,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차이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던 소설이었다.


 



 

 

선이에게서 나를 보내지 마의 캐시를 떠올렸고, 민이에게서 클라라와 태양의 클라라를 떠올렸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은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는 휴머노이드의 이야기다.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철이가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며 삶과 죽음의 경계,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인간인가 인간이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존재로 삶을 계속할 것인가를 묻는다.

 


철이에게 아빠는 자신을 인간으로 살게 한 사람이다. 인간의 피부를 한 모습으로 문학, 철학 등 다양한 책을 읽고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 철이가 아빠와 함께 살았던 공간, 휴먼매터스의 공간 밖으로 나오면서 자아를 찾는 과정이 시작된다. 아빠와 산책길에서 주워 온 고양이 두 마리와 고양이 로봇 데카르트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았다. 죽은 직박구리를 묻어주던 날을 떠올리는 철이였다. 아빠가 산책가는 길에 따라가고 싶었던 철이. 자신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가 길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자 우산을 들고 아빠한테 향하던 길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철이가 아빠를 가리킬 때, 대부분은 아빠였다가 언젠가부터는 로 칭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아빠에게 벗어나 새로운 자기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더이상 자기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휴먼매터스 제조사에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라는 사실, 아빠와 전처럼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부터였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다리, 뇌의 일부 혹은 전체, 심장이나 폐를 인공 기기로 교체한 사람은 여전히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69페이지)


 

인간을 위해 만들었던 로봇이 인간을 공격할 거라는 생각에 혹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 로봇들을 죽이는 세계에 인간이 있었다. 어떤 존재보다 악랄할 수 있는 존재. 자신이 살기 위해 장기이식용 인간을 만들어내질 않나, 곁에서 아이들 혹은 노인들의 심심풀이 놀잇감으로 여겼고 쓸모없다고 여길 때는 창고에 갇혀 있게 만들었다.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공존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책을 읽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소설의 상황에서 내가 인간이었다면 다른 인간들처럼 휴머노이드를 대할지도 모를 일이다.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276페이지)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그것이 지금 맞이하려는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295페이지)

 


가만히 누워있을 때면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해보면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불멸의 삶을 산다면 젊음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어느 소설에서처럼 가족 관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깊이 없는 삶, 개인주의적 사회로 변할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깊은 시선과 통찰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작별인사 #김영하 #복복서가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SF소설 #김영하북클럽 #김영하북클럽_5월의도서 #김영하북클럽_작별인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