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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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좋아해. 처음부터 내내 좋아했어.’라고 하면 조금쯤은 설렐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백한 사람이 여성이라면, 이건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는 여성으로서 남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여성이 고백한다면 이럴 땐 과감하게 거절해야 옳을 것이다.


 

여성과 여성이라는 대상만 다를 뿐 연애소설이다. 좋아하는 여성에게 고백하고, 차이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나와 마주하고서 자기도 그 여성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아주 보편적인 과정을 거치는 연애소설이다. 다만 상대 여성이 연예인이라는 신분이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스물다섯 살의 난리 아이.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선배 마루야마 소우와 2년째 사귀는 중이다. 여름 휴가로 한 호텔에 갔다가 소우의 소꿉친구 나카니시 다쿠마를 만난다. 다쿠마와 함께 온 여성은 놀랍도록 미인이었다. 서로 인사를 하는데 선글라스 낀 얼굴로 고개만 까닥거린 게 불편해서 그런가보다 여겼다. 그녀의 이름은 소다 사이카로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얼굴을 비쳤다. 함께 바다에서 수영하고 술을 마시며 친해졌다. 아이는 사이카와도 단둘이 만나 어울렸다. 얼마 후 다쿠마에게서 사이카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유였다.


 

사랑과 만남 그리고 이별의 과정은 비슷하다. 둘이 사랑했으나 다른 사람이 생겨 헤어지고 또 다른 만남이 시작된다. 다쿠마가 사이카와 헤어졌다고 소우를 찾아와 하소연하고 그를 위로하는 친구들.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사이카를 찾아갔다가 고백을 받는 아이. 남자친구 소우와 결혼까지 생각했었던 아이는 당황스럽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할 수 없는 법이다.

 


커플 데이트를 했던 네 명에서 두 커플이 깨지고 그중 여성과 여성이 만난다고 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댓글로 혹은 사진으로 소문내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거 같았다. 하지만 소우나 다쿠마나 어려운 사랑을 시작했다며 그들을 응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연예인 특성상 스캔들은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성일 경우 친구라는 관계로 덮을 수 있다. 이들의 관계가 드러났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권리를 얻기 위해 행동할 생각은 없다. 행동하는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더는 아무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그 강한 마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린다 해도 그 역시 각오한 바였다. (431페이지)

 


부모는 자식이 보통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사회적 잣대 때문에 마음을 숨기거나 닫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에게 쏟아질 과도한 관심을 피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그들이 내뱉는 폭언이 고통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관심이 많고, 그가 유명인일 경우 더 심하다. 사람의 관심을 먹고 사는 유명인들은 많은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언젠가 제주 공항에 내렸을 때 마중 나온 거로 보이는 남자가 다른 남자를 맞이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았다. 두 사람은 수줍은 미소를 건네고 반가워했다. 이어 손을 잡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예전 같으면 뭐라고 수군댔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냥 바라보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구나, 그렇게 여겼다. 영화나 혹은 드라마, 소설 등에서 이야기들을 접하고 점점 변하게 된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지 않을 것. 성향이 다른 것뿐이라는 것을 자꾸 인식시킨다.


 

우리의 마음에 변화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마음.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배려. 자기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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