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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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의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거고, 단편 소설이 가진 특징은 한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거다. 작가의 다른 작품의 변주를 만날 수도 있고, 확장된 버전의 우리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처럼 변하고 있다는 걸, 작가의 시선 속에 주어진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여덟 편의 단편은 모두 우리 주변과 연관되어 있다. 근미래의 상황도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세계를 담았고, 집에 관한 거든 가족에 관한 이야기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작품 모두를 음미하며 작가가 가진 스토리텔링에 감탄했다.


 


 

 

4월의 눈을 읽으며 관계와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를 하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길 두려워하는 게 우리의 자화상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 큰 상처고 고통이다. 아이 때문에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서로의 고통을 아는 만큼 상처도 큰 법인지 각자의 아픔에 겨워하는 것 같다. 사람은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헤어질 위기에 처한 부부에게 먼 나라 핀란드에서 온 손님은 버거우면서도 둘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나. 치유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이별이 먼저라 고통의 시간이 오래가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장편 아몬드를 떠올리는 작품이 있었다. 아몬드의 윤재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상자 속의 남자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 그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뛰어드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일종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우리 사회가 자기밖에 모르는 집단 이기주의로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한쪽에서는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따뜻함이었다.


 

싸우는 부부 뒤로 아장아장 도로를 걸어가는 아이에게 오는 트럭을 향해 달렸던 형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그런 형을 바라보는 남자의 마음이 짐작된다. 구해줬던 아이의 부모에게 무얼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서운한 건 서운했다.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간다면 형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자기는 절대 그러지 못할 거 같다. 모녀로 보이는 여자 둘에게 칼을 들고 달려간 어떤 남자와 유리창 너머로 무심하게 바라보는 남자애가 있었으니 그가 아몬드의 윤재라는 걸 무심코 떠올린다. 이 장면 속에 자신을 가두었던 남자가 어린 소녀의 권유로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서 형에게 질문했던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작가는 또 노인 문제와 이민자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어쩐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되는 아리아드네의 정원이라는 작품이다. 근미래의 우리 자화상을 바라보게 한다. 과도한 노인들 때문에 설 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반기를 든다. 가족 같은 것과 진짜 가족은 다른 거다. 하지만 유사가족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은가. 오히려 진짜 가족보다 더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게 유사가족 제도이기도 하다. 젊었을 적 많은 걸 누렸던 사람들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공격적이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방어적이 되어간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도 과거에 그랬다고 알려주고 싶지만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걸 떠올린다.


 


 

 

표제작이기도 한 타인의 집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입자의 세입자가 된 오늘의 청년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누구에게는 간절한 공간이 된다는 걸 말하는 작품이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거로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특히 개인 화장실은 삶의 질을 높인다. 같은 집에 사는 재화 언니에게 끝내 화장실을 내주지 않았던 자기만의 공간 확보였다. 그것만큼은 지키고 싶었으리라.

 


아무래도 영화감독이기도 한 작가의 영향인지 영화적인 스토리였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소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우리의 미래를 한 번쯤 예상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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