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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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비슷한 소재라도 시대만 바꿔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시대를 건너온 역사와 함께 살아온 문화가 큰 영향을 주듯 작가가 보는 시각에 따라 재미있고도 짜릿한 이야기의 세계가 달라진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을 하는 작가다. 그런 까닭에 아이디어가 고갈되었을 거라 여길 법도 한데 끊임없이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만든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다.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몽환화8년 전에 읽었음에도 다시 푹 빠져 읽었다. 두 편의 프롤로그에서 나타나는 이야기의 시작에 놀라고, 이런 일들이 실제로 있을까 궁금해하며 그가 선사하는 미스테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한 살가량의 아이가 있는 젊은 아내와 남편. 유이치의 출근길을 배웅하던 골목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피 묻은 셔츠를 입고 일본도를 들고 달려오는 남자와 마주쳤다. 남자는 그대로 달려와 유이치를 찌르고 아이를 품에 안고 도망가는 가즈코를 찔렀다.


 

또 하나의 프롤로그는 매년 칠석 무렵, 나팔꽃 시장을 순회하는 한 가족의 풍경이다. 나팔꽃들을 구경하고 장어를 먹는 게 이 가족의 연례행사였다. 열네 살의 가모 소타는 장어를 먹는 건 좋지만 나팔꽃을 구경하는 건 재미없다. 나팔꽃을 구경하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아 왜 나팔꽃을 구경하는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실망한 할아버지는 퇴직 후 꽃을 키우는 기쁨으로 산다. 다양한 꽃들을 키우는 즐거움을 누렸던 그가 살해당했다. 대문을 잘 잠그지 않았다는 점, 특별한 물적 증거가 보이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하야세, 할아버지의 죽음이 의문스러운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 리노, 원자력을 연구하던 대학원생 소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팔꽃은 보라색 계통만 본 것 같다. 노란색의 나팔꽃을 아무리 상상해내려 해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새로운 꽃을 피운 식물이 금단의 꽃이라는 걸 밝히는 과정이 소설의 주요 골자다. 누가 금단의 꽃인 노란색 나팔꽃을 키워달라고 했는지, 과연 존재하는 꽃인가를 찾는다. 에도 시대에는 실제로 존재했었다고 하는데 왜 사라졌는지 그 이유를 찾는 과정도 흥미로운 전개다.

 


식물에는 양면성이 있다. 보통의 식물은 그렇지 않지만 특정한 식물은 과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된다. 소설 속 노란 나팔꽃도 예쁘긴 하지만 그 씨앗을 먹으면 예상치 못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일본의 에도 시대에는 존재했던 꽃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꽃을 피워도 좋지만 노란 나팔꽃만은 쫓지 마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몽환화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210페이지)

 


에도 시대의 역사와 나팔꽃을 몽환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나타내는 소설이었다. 프롤로그에서처럼 일이 벌어진다면 누군가는 책임감을 가지고 그 꽃을 좇아 꽃 피우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노력했던 이들이 있기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에도 시대의 역사와 더불어 금단의 꽃으로 여겨 몽환화로 불렀던 노란색 나팔꽃의 이야기를 탐색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대두되는 원자력에 관련된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의 문제로 일본은 탈원전의 세계로 가고 우리나라는 원자력 강국이 된다고 한다. 어떤 게 더 나은지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드러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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