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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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유리의 입장에 서서 소설을 읽게 되었다. 유리가 가진 가족이, 그것을 이루는 관계가 너무 아팠다. 가족이라는 것은 꼭 피와 연결되지 않아도 끈끈해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

 


입양하는 부모의 역할과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어느 한순간에 의지해 입양하는 건 옳지 않다.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게 입양이 아닐까 한다.


 


 

 

열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 유리. 2년을 어서 채워 대학 합격을 빌미로 훌훌 집을 떠날 계획만 세우고 있다. 자신을 입양한 엄마 서정희 씨의 죽음으로 서정희 씨의 아들 연우가 왔다. 함께 살고 있던 할아버지는 일말의 대화조차 나누지 않은 상태다. 유리에게 연우를 맡겨두고 할아버지가 여행 비슷한 것을 떠난다. 엄마의 친아들인 연우조차 제대로 된 삶을 살지 않은 듯하다. 유리는 연우를 돌보며 연우에 대하여 생각하고, 자기를 입양했다가 할아버지 집에 버려두고 떠난 서정희 씨의 삶에 대하여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연우를 왜 학대했는지도 궁금하다. 이로써 암이 아닐까 싶은 할아버지와의 관계의 변화도 생긴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안전했다. 어떤 상처도, 어떤 부대낌도, 어떤 위태로운 기대나 상처가 되고 말 애정도 할아버지와 내게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 집을 훌훌 떠나면 됐다. (172페이지)


 

유리가 비로소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우도 자기처럼 생각하고 살아갈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병원 치료인 듯했던 짧은 여행에서 돌아온 할아버지에게도 캐물어 그가 복막암인 것도 알게 된다.


 

무덤덤하고 무감각하게 사는 유리에게는 친구 미희와 주봉이가 있었다. 자기가 입양된 아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편한 관계였다. 동아리 때문에 함께 어울리게 된 세윤이 입양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유리는 자기의 입양을 터놓고 말할 수 있었다. 자기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엄마는 왜 자기를 입양했다가 버렸는지, 친부모를 만나면 자기를 왜 버렸는지 당당하게 이유를 듣고 싶었던 유리였다. 인정한다는 것은 곧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유리에게 다정한 다른 한 사람 담임 고향숙 선생님이 있었다. 있는 그대로 유리를 바라봐 줄줄 알고 말없이 위로해 주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품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안정감을 느낀다. 엄마에게 학대를 당했던 연우가 유리에게 말을 놓기 시작하면서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207페이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어느 누군가 그랬다. 고통은 자기가 감당할 무게만큼 오는 거라고. 그 고통이 아무리 커도 아이들한테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 눈 앞의 고통을 모른척하고 살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무덤덤하게 살아가려는 유리에게 연우의 등장은 파문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지침서 같았다. 이렇듯 사람이 우리의 삶에 등불처럼 환하게 밝혀주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된다.


 

마음을 여는 순간 잡게 되는 손. 그것을 알려주는 관계의 힘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피로 이어진 가족도 얇은 유리처럼 쉽게 깨어질 관계인 경우가 많다. 진정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서로 마음을 열고 내민 손을 마주 잡을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한 관계. 진짜 가족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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