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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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작가 중 눈에 띄는 한 사람으로 김초엽을 들 수 있겠다. SF적 시선의 소설은 우리 미래를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그리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미래를 유추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기보다 절망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마음껏 숨을 쉬지 못하는 더스트, 물 부족으로 특정 계급만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세계의 문제다. 그리 밝다고는 할 수 없는 미래를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르슐의 므레모사는 생화학물질의 유출로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마을이다. 돌아온 귀환자들의 마을로 그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소문에 의하면 귀환자들의 신체가 좀비처럼 변이되었다는 거다. 므레모사의 존재는 외부에 숨겨져 왔고, 바깥사람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첫 번째 투어를 시작했다. 뭐든 처음이라는 것은 두려움을 야기시킨다.


 



 

 

각자의 이유로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여섯 명이다. 전직 무용수 유안, 정체를 알 수 없는 레오, 관광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이시카나, 다크 투어리스트 헬렌, 태국 출신의 여행 매거진 기자 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주연이 그들이다. 주인공은 유안으로 허벅지 중간에 다리가 잘려 보조기구를 달고 있다. 소설에서는 그림자 다리로 표현되는데, 다리가 있다는 환시에 시달린다. 유안의 연인 한나는 그녀가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 그렇기에 한나에게 보여주려 꿈속에서조차 도약했을 것이다.

 


이들 모두는 비극을 찾아가는 여행자다. 비극의 장소를 여행하다 보면 다른 방향의 삶을 꿈꾸게 되는 걸까. 물론 기사를 써야 하고, 연구 논문 주제로 삼아야 하고 컨텐츠를 제작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다크 투어리스트의 감정을 백 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그곳이 어떤 장소 일줄 알고,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곳에 대한 두려움을 즐기는 건가.

 


폐허가 된 도시의 여행자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며 여행을 즐기고 있다. 다만 유안은 레오의 요구대로 그들과 따로 움직여 므레모사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여행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진짜 므레모사를 탐색한다. 레오가 우려했던 대로 여행자들은 암시에 걸려 그들의 의도와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느릿하고 어울리지 않게 밝은 모습이다. 므레모사에 풍기는 냄새와 어떤 소리 때문에 혼란스럽다. 귀환자들을 만났을 때 받았던 느낌 또한 생각지 못했던 거다. 유안에게 전해졌던 마음과는 다른 말은 어쩌면 므레모사가 가진 진실일지로 몰랐다.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렸던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더스트 종식을 위해 힘을 합해 식물을 길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렸다면 므레모사는 더 절망적인 결말을 나타냈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되는 존재, 도약할 필요도 사람과의 유대가 필요 없는 길을 선택했다. 스스로 변이체가 되고 싶었던가.

 


우리는 은연중에 해피앤딩을 당연하게 여기는 거 같다. 불멸의 삶을 살지 못하는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 새드엔딩을 보면 갑자기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만 같다. 우리가 원했던 결말이 아니라고, 작가가 꾸며낸 소설일 뿐인데도 현재와 동일시 하는 거 같다. 현재가 가진 불완전성, 미래의 불확실성의 불협화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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