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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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생각을 느끼는 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아는 일. 결국 에세이는 그 사람을 아는 일이 아닐까 싶다. 에세이 보다는 소설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읽게 되는 일. 마음의 허함을 달래는 일인 것.


 

김현 시인의 글을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다. 시면 더 좋겠고, 산문이어도 좋겠다 여겼다. 비로소 읽게 되면서 시인이 퍽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겠다. 다정한 말, 다정한 행동, 다정한 생각들이 드러나는 글이었다. 다정한 언어를 쓰는 사람은 그 마음도 다정하리라. 그래서 제목도 이렇게 지었을까.


 


 

 

삶을 이루는 여러 구성 요소 중에 집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최근엔 이러한 자기의 터전을 멀리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는 집을 세놓고 정리하여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 중에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많은데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은 부러워하지 않을까. 정작 당사자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희망 사항인 건 어쩔 수 없다.

 


시인이 친구의 제주 책방에서 일일 책방지기를 하며 느낀 것 중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기 위해서 산다는 것이라는 문장이 와닿는다.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벌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한 거지 다른 데 있지 않다. 책방지기를 마친 후 친구와 술 한잔하고 책방 창업의 초기투자비용을 검색했다.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해보며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걸 알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연인과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 더불어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어릴 적 이야기도 드러냈다. 나와 다르다 하여 배척하는 건 옳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그 사람을 차별하고 배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어느 순간 그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마음먹은 대로 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가로서 혹은 시인으로서 글 쓰는 것에 대한 마음이 빠질 수 없다.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기보다 쓰고 싶은 글이 많이 떠오른다고 말하는 작가에게서 마음 깊은 곳에서 수많은 생각을 품고 있을 그것들을 생각해 본다.

 


봄은 아직 멀리 있지만 봄에서는 달콤, 가벼운 탄산미가 느껴진다 하고, 진정한 술꾼들의 막걸리는 겨울. 입동 무렵에는 겨울 하나 봄 하나를 마셔야지 마음먹으며, 그리운 사람 몇을 떠올렸다. 그리운 사람이란 그리운 시절이고, 그리운 시절이란 그리운 옛날. 그리운 옛날에는 옛 방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렸다. (9페이지)

 


어느 곳에 가면 그 지역에서 나는 막걸리를 한 잔씩 해보는데 계절마다 다른 맛이 있다고 여기지 못했었다. 역시 시인은 이래서 다른가. 막걸리 마시는 방법에도 이처럼 계절별로 다르다는 점. 막걸리 예찬론마저도 시처럼 느껴지는 거. 시인의 언어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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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06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역마다 막걸리!좋지요. 왠지 당기네요 오늘. 우리에게 사계절이 있어 좋은 건 막걸리 마시기에도 해당되네요. 브리즈 님 리뷰도 음미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