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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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제2차 국민지원금을 신청할 때다. 건강보험료를 참고로 그 대상을 선별하며 국민의 약 90%가 대상이 된 거로 알고 있다. 그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당연히 고소득자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제외자 중 서울, 경기에 거주하고 있으나 주소지가 어느 섬일 경우,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자들도 신청이 되지 않는다는 인터넷 뉴스를 접했다. 주소지가 아닐 경우 휴대폰 어플로 신청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인원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사각지대에 머무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러곤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잊었다.

 


언젠가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상에서 리어카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일제 정비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올림픽을 앞두고서였는지, 월드컵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 또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이 부지기수를 일어날 것이다.


 


 

 

서울과는 거리가 먼 광역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처음 서울을 갔을 때 놀란 게 지하철의 노숙자들이었다. 나를 해코지할까 봐 무서워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그들의 애환이나 고통을 잘 모를 것이다. 그저 어떤 사정으로 노숙인이 되어 생활할 거라는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도쿄의 우에노역 근처 우에노온시공원에서 노숙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는 1933년생으로 부모와 일곱 형제자매 틈에서 맏이로 돈을 벌기 위해 도쿄로 상경했다. 공원에서 노숙자들은 다양한 사연들을 안고 있다.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은 노숙자들과 상관없는 일상의 언어들로 말한다. 그들의 대화에서 아이들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무얼 해달라고 하지 않았던 아들이 유일하게 타고 싶었던 헬리콥터를 돈이 없어 태워주지 못했던 것들을.

 


그의 아들은 천황 폐하의 친왕이 태어났을 때 태어났다. 일본의 경사여서 그의 아들 이름 또한 친왕의 이름을 따 지었다. 황실 사람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러 오게 되면 특별 청소라는 명목으로 강제 퇴거가 이루어졌다. 강제 퇴거 결정을 이삼일 전, 혹은 일주일 전에 알려주어 노숙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환경 정비라는 명목하에 노숙자들을 정리하는 것을 차별과 배제의 차원으로 보았다.


 

재일한국인인 저자는 이러한 강제 퇴거를 오랜 시간 취재하였고, 그 취재를 바탕으로 차별 대상인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을 썼다. 작품 말미에, 영문판에 수록된 작가의 말은 상당히 길다. 2019년 대형 태풍이 발생했을 때 일본은 큰 피해를 입었다. 도쿄의 다이토구에 마련된 대피소에 우에노역 주변에 노숙하는 남성이 입소를 거부당했다. 다이토구 주민으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가 재일한국인으로 받은 차별과 배제에 대하여도 말한다. 재일한국인과 재일조선인의 차별은 예전에 접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다.


 

가즈가 살아온 이야기 또한 낯익다. 그는 열 명 가까이 되는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홀로 도쿄로 올라온 주인공이지만 아들의 죽음으로 희망을 잃었다.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고향에서 살아가지만,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시 절망에 빠진다. 스물한 살인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가 더이상 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간단한 짐을 챙겨 집을 나왔다.


 


 

 

인생이란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의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 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10페이지)


 

살아갈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선택한 노숙인의 삶. 다양한 사연들로 찾아온 그들은 자기의 죽음이 가족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저 가족과는 상관없이 생을 마감하고 싶은 것이다. 다가오는 전철에 뛰어든 것처럼. 누군가의 삶은 이토록 부질없는가.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만 느끼는 감정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우리 주변에 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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