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인간과 동물의 다정함이 진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작은 친절과 다정함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올지 아무도 모른다. 작은 친절 혹은 다정함을 베풀었다고 치자. 그럼 나도 기분이 좋고, 도움을 받은 당사자는 곤란에 처한 다른 사람에게 다정함을 베풀 것이다. 그 다정함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우리 사회에 따뜻하게 작용하게 되지 않을까.


 

재인, 재욱, 재훈은 다정함에 대하여 말하는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SF적인 요소를 넣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우리에게 작은 초능력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될 것 같다.


 


 

 

재인, 재욱, 재훈은 보통의 남매들처럼 그다지 친하지 않다. 재욱이 사막의 플랜트 공장으로 출국하기 전 휴가를 보내자는 목적으로 피서를 다녀오는 길이다.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갔다가 미묘하게 형광색이 나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은 뒤로 세 남매에게 조그만 초능력이 생긴다. 대전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재인은 손톱이 계속 자라고, 사막의 플랜트 공장에서 재욱은 온통 붉은 빛이 보이며, 재훈은 엘리베이터를 움직일 수 있다. 어느 날 이들에게 물건이 배달되는데 재인에게는 손톱깎이, 재욱에게는 레이저 포인터. 재훈에게는 정체 모를 열쇠였다.


 

각자의 위치에서 사람을 구하면 되었다. 배달되어 온 손톱깎이로 손톱을 깎을 수 있게 된 재인은 손톱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것을 연구한다. 재인이 구하게 되는 사람은 룸메이트인 경아가 될지 어머니가 될지 잘 모른다. 재욱은 레이저 포인터를 가지고 놀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뛰어나간다. 재훈은 조지아주의 염소농장, 혹은 학교에서 사람을 구하면 되었다.


 


 

 

문제는 무신경 그 자체였다. 사고 이후로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들에게 게속 신경을 쓰는 게 어려워졌던 것이다. 병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지만 둔해진 게 확실했다. (13페이지)

 


주변을 잘 돌아보지 않고 온통 나에게만 시선이 국한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나에게서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보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의 삶이 훨씬 더 다채롭고 풍부해질 것이다.

 


이야기는 아주 짧다. 짧은 소설 속에서 우리는 다정함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다. 어색한 관계를 뛰어넘어 다정한 관계로 발전한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나타나는 그 감정은 못내 다정하다.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사람도 이제는 마음을 드러내어 결정할 수 있게 돕는다. 사소한 계기와 작은 친절이 필요할 뿐이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163페이지)


 

우리가 누군가를 구하러 나갔을 때 내가 있어야 할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를 구하러 나감으로써 우리를 구하는 일인지도. 작은 메시지이지만 정세랑이 건네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자꾸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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