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수집노트 - 이우일

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튜브를 타고 노는 건 좋아하지만 보드 하나를 들고 파도를 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나에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그럼에도 바다에서 파도를 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럽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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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하다』에서부터 부기 보드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내를 따라갔다가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푹 빠져 지낸 저자가 이제는 부기보드를 타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림 속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서핑은 그야말로 즐거움 그 자체다.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은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그것만 보이게 되는 거. 저자는 그 즐거움과 짜릿함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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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중 한 분이 서퍼다. 제주에서 서핑을 즐기는 듯한데 새까맣게 탄 모습으로 서핑을 즐기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서핑은 서퍼들이 사용하는 보드보다는 조금 작은 허리 높이의 보디보드를 사용한다. 서서 날아가듯 타는 서핑과는 조금 다른 엎드려 타는 서핑이랄까.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퍼 이우일의 이야기는 우리를 파도가 치는 바다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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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수집노트라 일컫고, 파도를 타며 드는 생각들을 적은 에세이다. 파도타기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는 그의 이야기는 우리도 한 번쯤 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게 한다. 물론 바닷가 근처에서만 머물 뿐 파도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파도에 중독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파도가 치는 바다로 달려간다. 양양의 죽도 해변과 제주의 중문 색달 해변으로, 부산의 광안리 해변까지. 풍랑이 심하게 일면 해경에 신고하고 가기도 하는데 위험한 상황도 마다하지 않는다. 파도타기를 즐긴다는 것은 스릴을 즐긴다는 거. 이 둘은 동의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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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답게 책에서는 그의 다양한 그림이 수록되어 파도 타는 그를 바라보게 한다. 너울지며 다가오는 세찬 파도에 몸을 내맡기고 그것을 즐기는 상상을 하게 한다. 에피소드 중간에 네 컷 만화는 우리를 더 즐겁게 한다. 현재와 미래, 과거의 저자가 나와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 식의 유쾌한 내용의 만화다. 파도수집 노트 도전기도 재미있었지만 네 컷의 만화를 읽는 즐거움도 컸다.

파도타기 위해 운전면허 딴지 삼십 년 만에 운전대를 잡은 에피소드는 그가 얼마나 부기보드 타는 걸 좋아하는지 알게 해준다. 파도타기는 운전의 공포심마저 상쇄시킨다. 위험하고 신경 쓸 일이 많음에도 중독되는 이유를 어린 시절 해 질 무렵까지 탔던 미끄럼틀과 비슷하다고 했다. 경사면을 주르륵 타고 내려올 때의 그 즐거움. 아이들은 무서우면서도 그것을 즐기잖나.

파도타기 예찬만 하는 게 아니다. 보드 위에 앉아 파도를 기다리다 보면 바닷가에 떠도는 수많은 쓰레기를 마주한다. 대형 형광등이며 플라스틱 어구, 과자 봉지, 음료수 페트병 등이 수없이 떠밀려온다.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텐데 하는 염려의 시선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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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눈부시게 젊은 날, 나는 좀 더 큰 파도를 타기 위해 패들링을 한다. 파도가 터지는 그 자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용기를 낸다. 무섭고 겁이 나지만 용기를 내 조금 더 가까이. (254페이지)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지만 파도 타는 즐거움에 빠져 즐기는 그의 모습이 한편으로 부럽다. 그의 말처럼 ‘창작을 하는 기쁨과는 또 다른 행복’을 즐기려 용기 내고 도전하는 그가 멋지다.

덧. 이 책은 사철누드제본으로 되어 있다. 책의 디자인도 굿. 예뻐서 꼭 소장해야 할 책이다. 선명한 파란색의 실이 우리를 바다로 안내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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