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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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지구에 홍수나 폭설, 폭염이 나타나는 건 지구 스스로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서라고. 최근 몇 년간 바이러스가 발생했지만, 코로나처럼 치명적이지 않았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지구에 많은 사망자를 내고 2년째 팬데믹 현상이 생길 줄은. 처음에 버거웠던 마스크 착용도 이제는 자연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이런 까닭에 작가들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것 같다.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도 희망을 꿈꾼다. 꿈꿀 수밖에 없다. 희망을 갖지 않으면 절망뿐인 삶일 것이므로.


 

더스트로 멸망한 2050년대의 지구. 두 소녀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도피처를 찾는다. 갖고 있던 호버카를 좌표와 바꾸고 그들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더스트로 황폐해진 이곳에 더스트 이전의 마을처럼 숲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다. 더이상 갈 데도 없었으며 그들을 받아줄 장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피처가 있어야 했다.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영은 식물생태학자다. 폐허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이 증식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렸을 적 이웃집에서 살았던 이희수 할머니를 떠올린다. 그 집에 덩굴식물이 있었고, 푸른 빛이 났다. 모스바나라고 불리는 덩굴식물이 지구가 재건된 이후에 왜 다시 나타났는지 의문이다.

 


아영은 모스바나를 조사하면서 2050년대에 공동체 프림 빌리지에 거주했던 나오미에게 닿는다. 2050년대의 나오미와 아마라는 더스트를 견딜 수 있는 내성종에 분류되어 연구원들에게 실험 대상이 되거나 다른 인간들에게 피를 뽑혀야 했다. 사람들은 거대한 돔을 설치해 그 안에서 생존을 꾀하였고, 돔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그 바깥에서 삶을 영위해야 했다. 어떤 시대든 가진 자들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프림 빌리지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공동체다. 사이보그 연구원인 레이첼은 더스트에 저항할 수 있는 식물과 음료를 마을 사람들에게 주고, 레이첼의 정비사 지수는 마을 사람들과 레이첼을 잇는 지도자격인 인물이다. 대신 마을 사람들은 레이첼의 온실을 보살피는 거래였다. 프림 빌리지는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를 받아들였고, 자매는 그곳에서 비로소 그들의 일원이 된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왜 여성들로만 이루어졌는가이다. 아영이 속한 연구소도 거의 여성들뿐이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적인 소설로 읽힌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폭력이 없으며 서로 화합한다. 다만 사냥꾼들로부터 프림 빌리지에 공격을 당하자 분열되기 시작한다.

 


어느 공동체건 늘 끝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였지만 어느 순간에 붕괴될지 아무도 몰랐다. 늘 끝을 생각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수와 마을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마지막까지 프림 빌리지를 지킬 것인지, 지구를 구할 식물인 모스바나를 퍼트려 더스트를 종식시킬지를 선택해야 했다.


 


 

 

소설 속 여성들은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는다. 비록 이별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위한다. 즉 공존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작가가 왜 여성들로만 등장시켰는지 정확한 것은 알기 어렵다. 하지만 비폭력적이고 화합하는 역할로 여성들을 선택했을 것이다.


 

만약 코로나 팬데믹이 페스트처럼 몇십 년 지속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마스크를 쓰고 모르는 사람들을 경계했던 코로나 팬데믹도 곧 끝날 거라는 희망이 있다. 프림 빌리지에 속해 있었던 사람들이 더스트 종식을 위해 모스바나 종자를 가지고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던 것처럼. 그들이 그것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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