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문의 이야기를 읽는다. 할머니의 할머니에서 나에게로 이르는 한 가문의 희노애락에서 우리는 그 시대를 건너온 이들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가 알았던 역사에 대하여는 아픔을, 생소한 역사에는 새로운 역사와 문화 혹은 지혜를 배운다. 어느 나라건, 어느 가족이건 내 몸이 고통스럽더라도 가족의 안위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대를 이어 역사를 건너는 이야기는 우리를 뭉클하게 만드는 것 같다.



 

4대에 걸친 트루에바 가문의 이야기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사벨 아옌데의 페미니즘적인 언어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여성이 약자인 시대에 굴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갔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어머니 니베아처럼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클라라와 신분의 벽을 넘어 소작인의 아들 페드로를 사랑하는 블랑카, 혁명하는 남자를 사랑함과 동시에 혁명의 시대를 걷는 알바가 주요 인물이다. 클라라에게는 언니 로사의 죽음을 예견했다는 이유로 고통스러워 말하지 않고 지냈다. 언니의 약혼자 에스테반 트루에바와 결혼하겠다는 말로 9년 만에 입을 열었다.


 

클라라는 에스테반과 결혼하여 그가 소작인들의 손으로 일구어놓은 트레스 마리아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블랑카를 낳았다. 블랑카는 소작인의 아들인 페드로와 어릴 적부터 소꼽 친구였다. 페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공부해도 즐겁지 않았다. 오로지 페드로 곁에서만 행복했다. 블랑카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페드로를 만나기 위해 강가로 향하는 모습을 장 드 사티니 백작이 보고 에스테반에게 일러바쳤다. 자기에게 많은 재산을 가져다 줄 신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사랑은 신분으로 가를 수는 없다. 아버지인 에스테반으로서는 블랑카가 백작과 결혼하길 바랐지만, 블랑카는 신분 따위 상관없었다. 클라라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내버려 두었다. 백작과 결혼하였지만 얼마 뒤에 자기의 집으로 올 거라는 사실을 미리 예견한 클라라는 조용히 블랑카가 아이와 함께 머물 방을 준비했다.

 


천사와도 같던 로사와 약혼했다가 로사의 동생 클라라와 결혼하면서 에스테반은 그 누구도 자기와 가족의 행복을 해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기억도 나지 않는 소작인의 딸 판차를 겁탈하고 그녀가 아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주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에스테반과 그의 소작인 세군도가 주인과의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면, 다음 세대인 블랑카와 페드로는 달랐다. 농장주와 소작인의 관계가 변하길 바랐다. 먹을 것을 당연히 챙겨주었다고 말하는 에스테반과 달리 정당한 대가를 바랐다. 그것을 소작인들에게 인지시키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은 에스테반에게 대항했다.


 


 

 

우리나라가 군부독재로 많은 사람이 희생했듯, 칠레의 군부독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독재에 반기를 든 사람들은 군인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여성도 다르지 않았다. 강간했고, 죽이거나 고문했다. 1993년작 영화에서는 블랑카(위노나 라이더 역)가 알바와 혼합된 인물로 나와 군부독재에 싸우는 연인을 위해 강간을 당하더라도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나라 영화를 보는 듯 총칼을 들고 민간인들을 고문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독재와 폭력의 역사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


 

소설의 결말은 의미심장하다. 알바가 갖은 고문과 강간을 당한 후 임신했다는 걸 알고 복수를 다짐했다.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아이라며 비로소 그 마음을 내려놓았다. 고통과 피의 역사가 대물림되지 않게.


















   

#영혼의집 #이사벨아옌데 #권미선 #민음사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세계문학 #민음사세계문학전집 #김영하북클럽 #김영하북클럽_8월의책 #김영하북클럽_영혼의집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1-08-26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부작 완독,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