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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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유달리 동물들을 좋아하여 병아리 및 햄스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였다. 털 알레르기가 있어 절대 안된다고 했었다. 3년 전쯤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딸아이가 가족 회의를 거치지 않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 거다. 내 손 만큼 작은 아이였는데 바라보고 있으니 상당히 귀여웠다. 낯가림이 심해 내가 아이 방 들어갈 때마다 숨어버리곤 하여 흔적만 볼 뿐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한두 달이 지난 뒤 방을 탈출하여 점점 거실로 나오더니 그제서야 다른 가족들에게도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집에 고양이가 처음 왔을때 한두 달 간은 얼굴에 뾰루지가 나서 가렵더니 조금 지나니 괜찮아졌다. 이 또한 가족이 되려고 그랬나 보다. 지금은 고양이가 내 얼굴에 털을 비벼도 아무렇지도 않다.

 

딸아이가 집을 떠난 뒤 고양이는 내 차지가 되었다.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면 무릎으로 올라와 지긋이 쳐다보고, 몸을 비벼대는 건 일상이다. 잠을 잘 때는 침대 발치에 가로로 길게 몸을 뻗고 자느라 신랑과 나는 벌 아닌 벌을 선다. 즉 깊은 잠을 못 잔다는 것. 고양이는 마치 어린 아기를 대하듯 해야 한다. 하는 짓이 꼭 아기 같기 때문이다. 체중 때문에 다이어트 사료를 먹이고 있는데 맛이 없는지 다른 간식 내놓으라며 밥그릇 앞에서 시위하곤 한다. 또한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고 있으면 키보드 위에 앉거나 의자에 앉아 있다. 계속 작업하면 놀아달라고 칭얼대듯 손목이나 발목을 문다.

 

 

 

이처럼 가족이 된 뒤에 읽는 고양이 관련 책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키우기 전에는 버거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동감을 마구 표시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에 대하여』 출간 소식을 보고 소설이 아닐까 했다. 이 책은 도리스 레싱이 그동안 키워왔던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였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고 키워왔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작가가 어릴 적 짐바브웨의 수도 솔즈베리에서 머물 때 고양이 불임수술이란 게 없었기에 많은 개체수 때문에 살처분 했던 일화부터 시작했다. 그 역할을 어머니가 했는데, 어머니가 사라졌을 때 할 수 없이 아버지가 고양이들을 살처분해야 했다. 얼마나 비참했던지 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눈물을 글썽였다고 했다. 고양이 특성상 새끼 난지 10일만에도 새끼를 밸 수 있다 한다. 작가가 솔즈베리에 있었을 때 고양이가 40마리나 되었다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작가는 고양이가 임신할 수 있는 자연적인 것을 배제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거의 2주일마다 새끼를 낳을 수도 있는데 자주 낳다보면 또 새끼를 죽여야하지 않겠나. 네 마리씩 두세 번을 낳는다고 했을 때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한도가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집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 시기를 늦춰 했더니 한달에 한두 번씩은 아파트를 달려다니며 구애의 소리를 지르곤 한다. 고양이의 발정을 인간의 욕심때문에 배제해버린 것 같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

 

정원이 있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던 작가는 고양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암컷 고양이가 수컷 고양이를 만나 새끼를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회색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을 때 어떤 수컷을 만났는지 가늠해보는 것도 즐겼다.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는 수컷이고 한 마리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두 마리쯤 키워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한테 놀아달라고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놀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나 고양이는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어 한 집에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으면 자기 공간 안에서만 움직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영역을 지키기위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아파트나 길가에 있는 고양이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전에 고양이가 있으면 피해다녔던 데 반해 지금은 야~옹하고 부르며 지켜보고 있다. 한겨울에 자동차 밑으로 숨거나 하면 얼마나 추울까 안타까워한다. 따뜻한 데 있는 우리집 고양이를 가리켜 '너는 복 받은 줄 알아라' 며 혼잣말을 건넨다.

 

 

 

녀석들은 무척 좋은 환경에 익숙한 나머지 음식, 편안함, 따뜻함, 안전을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고 있었다. 녀석들은 그런 것을 얻기 위해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더 키울 생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물며 병든 고양이라면 더욱더 안 될 말이었다. (203페이지)

 

그럼에도 결국 아픈 고양이를 집안으로 들여 이름을 지어주고 병원에 데리고 가 정성을 다하여 보살폈다. 이러한 고민을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애묘인들이 그러지 않을까.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개를 키우는 사람도 마찬가지 일것 같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간혹 한 번씩 동물을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랄 때가 있다. (216페이지) 나도 그렇다. 고양이가 나한테 와서 평소에 듣지 못했던 톤으로 야옹 거릴 때 답답할 때가 많다. 아들과 나는 '아토야, 사람 말로 해줄래?' 하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서 서로 말이 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때, 아이처럼 배 위로 올라와 만져 달라고 책 밑으로 쑤욱 들어온다. 그러면서 내 손에 자기 얼굴을 갖다 대는데, 나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 양손으로 눈부터 귀, 머리, 턱 등을 손가락으로 만져 준다. 빗겨주듯 만져주고 있으면 고양이는 만족스럽다는 듯 지긋이 눈을 감고 콧김을 내뿜으며 가르릉 거린다. 나는 또 그게 사랑스러워 어쭈쭈 하며 볼을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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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0-05-2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냥이 키우는 데 정말 말이 통하면 좋겠어요. 저번에 어떤 분이 그러시길, 반려동물이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나 아파‘란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공감 공감이었어요. 아픈 걸 제때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쵸?

어슐러 르 귄도 냥이 키우면서 에세이 썼는데, 이 책은 전체가 고양이 이야기인가 봅니다. 장바구니로 직행합니다~^^

Breeze 2020-06-01 15: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울긴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르니까 안타까울때가 많아요.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