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0 소설 보다
김혜진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문학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찾아 읽으려 한다. 그 일환으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꾸준히 읽어왔고, 작년부터 출간된 문학과지성사의 계절별 '소설 보다'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이왕이면 장편이 좋지만 새로운 작가들이 꾸준히 발표하는 단편 읽는 재미가 크다. 그리고 최근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소설을 쓴 장류진 작가의 이름이 보여 더 반가웠다. 장류진 작가가 쓴 작품을 몇 편 읽지 않았지만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일의 열정과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록된 작품 「펀펀 페스티벌」도 다르지 않았다. 직장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자세하게 표현해 읽는 재미가 컸다.  「펀펀 페스티벌」은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5년 전 세명그룹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는 소설이다. 기업은 다재다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심층 면접을 하기도 한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인적성 검사를 마치고 3차는 2박3일간의 합숙 면접을  마지막 면접이었다. 노래를 좀 했던 유지원은 밴드팀에 들어 보컬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거기엔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이찬휘이라는 가수가 있었다. 외모가 출중하여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도 눈여겨 보았던 이찬휘였다.

 

 

 

외모는 여러모로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TV 속에 나오는 배우나 아이돌 가수들도 일단 잘생기면 한몫을 하고 들어가는 편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게 마련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회사에서 합숙 면접을 하는 이유는 여러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이라든가 제한된 환경에서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밴드팀에서 노래를 꼭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공연 직전, 마치 딴지를 거는 것처럼 노래를 지적한 이찬휘 때문에 지원은 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송년회 날 영어 가사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서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이찬휘를 바라보는 유지원의 냉소가 인상적이었다.  

 

5.18을 다루는 내용은 언제나 아프다. 실제로 겪지 않았지만 수많은 매체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인해 아직도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름도 생소한 한정현 작가의  「오늘의 일기예보」라는 소설이다. 내용은 로맨스 소설의 제목처럼 달달하면서 내용은 그러지 아니하였다. 고모와 오스칼이라 불렀던 제인과 그리고 복수와 나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던 고모는 소위 학생운동을 하다가 경찰관들에게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른다. 보나를 데리고 한강변으로 가 강 속으로 걸어들어갔던 고모를 아빠는 그런 일을 당하고 어떻게 한국에서 사느냐며 말한다. 아빠는 고모를 여동생이라 보지 않고 그런 일을 당한 여자 쯤으로 치부했다. 보나는 옆집에 사는 오스칼을 닮은 제인을 좋아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제인이 트렌스 젠더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 알았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언제나 천진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말하지 못할 사연들이 있어도 나는 그 시절 어떤 시간들에 대해선 여전히 귀여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저런 말 못 할 기억이 이젠느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살겠다는 다짐을 만들기도 했다. (123페이지,  「오늘의 일기예보」 중에서)

 

동물을 예뻐하는 사람은 어쩐지 모든 사람에게도 다정할 것 같다. 동물에게도 잘하는데 하물며 사람에게는 얼마나 잘할까, 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걸까. '나'는 골목길의 교회 앞에서 고양이 태비에게 먹이를 주다가 '너'를 만났다.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그들을 구해주려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 '나'가 사는 동네는 재개발이 한창이었고, 재개발이 열리는 공청회에서 '너'를 만났다. 길고양이들에게 안식처를 주는 행동과 달리 재개발 지역에서 이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냉정한 말을 하는 걸 보고 다름에 대하여 생각한다.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는 길고양이들에게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대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너'를 따뜻한 사람이라 여겼던 거다. 그러니까 그 밤에 내가 실감한 건 너와의 간극이고 격차였다. 그것에 비하면 내가 너라는 사람에 대해 염려하고 걱정했던 다른 모든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얼마간 체념하는 심장이 되었고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34페이지,  「3구역, 1구역」 중에서) 투자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재개발이 확정되어 시세 차익을 얻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 없잖아 있다. 지금의 트렌드 때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옛것이 자꾸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 오래된 주택 특히 한옥을 개조하여 카페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왕이면 그런 곳으로 가 우리의 옛 것을 즐기는데 이러한 것들이 자꾸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차가 지나갈 수 없는 오래된 골목길의 높다란 계단도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면 아름다운 골목길이 된다.

 

물론 이 소설이 그러한 바람을 다루는 건 아니다. 간극과 격차에 대한 것이다. '너'와 '나'와의 격차가 커도 나는 너의 청을 거부하지 못한다. 고양이들을 끔찍하게 여기는 너를 알 것 같아도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을 자신이 쉼터라 불리는 장소에서 돌보아도 오래된 것을 부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너'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세 편인 소설속에서 새로운 작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젠더와 과거의 역사의 재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것에 대처하는 다양한 접근이었다. 무엇보다 소설이 다 재미있다!

 

#소설보다 #소설보다봄  #소설보다봄2020  #김혜진 #3구역1구역 #장류진 #펀펀페스티벌 #한정현 #오늘의일기예보  #문학과지성사  #책추천  #소설추천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