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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중학교 다니던 시절 눈에 다래끼가 자주 났었다. 아마 한 달 걸러 한 번씩 났던 것 같은데, 그때 약국에서 마이신이라는 걸 사서 먹었었다. 다래끼가 날 때마다 사 먹었던 것 같은데 나는 얼마나 많은 양의 항생제를 먹었던 걸까. 그 이후 그때의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두통이 있거나 감기가 걸려도 나는 약을 잘 먹지 않았다. 감기에 잘 걸리지는 않는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때문에 기침하는 것도 콧물이 나는 것도 조심스럽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나 사스 같은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직까지 치료 약이 없다. 전세계적으로 감염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 7천여명이 확진되었다.
슈퍼버그는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은 변이된 박테리아를 말한다. 몇 년전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들었던 말은 슈퍼버그가 아니라 슈퍼박테리아였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더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허망해 했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박테리아는 강력한 약제를 써도 변이되어 계속 사용하던 치료제도 잘 듣지 않게 된다. 더 강력한 치료제를 개발하여야 하고 개발한 치료제를 임상 실험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슈퍼버그를 치료할 수 있는 달바반신이라는 치료제를 임상 시험하는 내용과 항생제에 맞서 싸우는 의사들의 분투기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1차 세계대전시 빅터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의 역사에서부터 오늘 날 항생제가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그 역사를 말한다. 달바반신이 어떤 것이냐면 기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치료제인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또한 7~10일간 하루 2회 투여해야 하는 반코마이신과 달리 8일 간격, 30분씩 총 2회 투여로 치료가 가능한 약이다. (12~13페이지)
슈퍼버그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임상시험의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딸과 함께 침실용 슬리퍼를 사러갔다가 모기에 발목이 물린후 항생제 내성 감염인 연조직염에 걸린 루스 등에게 임상 시험 대상자로 알맞다고 생각했다. 루스는 헝가리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생체실험을 당했던 환자였다. 어떻게 감염된지도 모른채 감염되어 항생제를 처방받았던 조지 또한 맷 매카시에게 선택되어 달바반신을 처방받았다.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암세포도 우리가 가진 최고의 약을 무력화하고 불활성화하도록 변이가 일어나 약물에 내성이 생길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화학요법의 독성 때문에 너무 아파서 치료를 계속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174페이지)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탄생한 항생제는 그것의 남용으로 인하여 더이상 듣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으로 더이상 치료할 수 없다는 건 크나큰 악몽과도 같다.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그것을 환자들에게 임상 시험하는 여정은 쉽지 않다. 치료제와 적합한 환자를 찾아야 하고 처방을 위한 동의서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고, 환자가 부르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달려가는 의료진들의 행동은 코로나 바이러스 19때문에 고생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진들의 노고와도 닮았다. 어제 어떤 사진 몇 장을 보았다. 대구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콧등에 붙여진 반창고를 바라보며 울컥해진다. 방역용 마스크와 고글, 방호복을 장시간 착용하며 생긴 상처다. 의료진들이 이렇게 애써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또 안심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처럼 새로운 치료약을 개발하고 약의 가치를 알게 된 의료진들이 시판에 앞서 환자들을 선별해 임상 시험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탄저균 때문에 사망했다는 기사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누군가의 악의적인 의도로 배달되어진 탄저균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었다. 영화속에서만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기억하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쉽게 감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고하고 있는 많은 의료진들과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이 상황이 어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