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결말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3
김서령 지음, 제딧 그림 / 폴앤니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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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게 허밍버드판 『빨강머리 앤』에서였다. 여러 판본 중 가장 예쁘게 빠진 책으로 내가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그걸 번역한 작가였다. 그후 작가의 에세이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를 읽고서는 작가가 그냥 좋아졌다.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 좋았다고 해야 옳다. 무던하면서도 유쾌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할 정도로 작가의 신작 소설을 기다려왔다.

 

『연애의 결말』은 작가의 소설집으로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일러스트레이터 제딧이 삽화를 그렸다. 소녀 감성이 물씬 풍기는 그림으로 소설집은 마치 순정 만화를 보는 듯 했다. 더군다나 에세이에서 느꼈던 작가의 느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이었다. 서른이 넘은 여자의 사랑과 결혼관을 만날 수 있었다. 특별히 무엇이 되지도 않은 상태의 서른너머의 사람들. 동갑 내기를 만나 사랑을 하고 또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연애의 결말은 결혼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유쾌하다. 임신부터 덜컥 해버려 결혼해야 하는 처지의 남녀 관계에서도 각 부모가 느끼는 결혼과 그로인한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쳇말로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책방이나 해볼까. 카페나 해볼까는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나 또한 그런 로망이 없잖아 있는데, 「어떤 일요일에 전하는 안부 인사」 같은 경우다.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연 친구 현하의 카페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여대 앞에서 카페를 했던 것과 주방장으로 있던 조부장의 기억들을 떠올린 글이다.

 

서울시 연정동 연정유치원의 김연정의 이야기는 연인을 위해 기획했던 프로그램(연구소의 개들을 안락사 시킨 일)으로 인해 어떠한 댓글들을 받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퐁당」이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어디론가 사라진 지호를 어딘가에 퐁당 두고 왔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연탄집 아이들 「지우 연우 선우」 이야기는 한국의 경제사를 한눈에 보는 듯했다. 연탄집에서 기름집, 그리고 아파트, 투기로 이어지는 시기. 그 시기가 시작된 연탄집 아이들의 이야기는 결혼으로 이어지는 관계에서 다른 한편으로 무겁게 드러나는 내용이기도 했다.

 

작가의 경험이 아닐까 싶은 「모두 잘 지내나요」 는 덜컥 임신부터 해버려 결혼으로 이어지며 언니와 그동안 묻어왔던 상처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는 것과 미안하다고 용서를 비는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나 혼자서 언니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서 많이 울었던 시호. 결혼을 앞두고 언니와 통화를 하며 비로소 언니의 마음을 알게 되는 내용이었다.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절망의 시간을 보냈을 언니를 조금쯤은 이해하지 않았을까.

 

연애의 결말이 꼭 결혼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자주 결혼이 거론되는 걸 보면 연애의 결말은 결혼일수도 있겠다. 이는 '공주와 왕자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처럼 동화를 너무 많이 읽었기 때문일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음직한 인물들의 이야기였고, 전체적으로 유쾌한 소설이었다. 작가의 장편소설을 아직 읽지못했지만 단편이 이렇게 재미있으면 장편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은 기대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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