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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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을 살펴 보라.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실로 짠 직물과 함께다.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다. 직물과 실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는게 이 책이다. 굉장히 쉽게 설명되어 있었고, 어떻게 해서 실이 탄생되었는지 그 근원부터 시작한다. 죽은 사람을 감쌌던 이집트 미라에서부터 중국의 비단, 비단길이라 불렸던 교역 문화, 바이킹들의 돛을 만들었던 모직, 중세 시대의 양모 그리고 사치품인 레이스, 면직물, 에베레스트와 남극을 정복한 옷 등을 통해 실의 역사를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운명의 여신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들은 세 자매로,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반드시 찾아온다.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여신 클로토가 실뭉치를 손에 들고 운명의 실을 뽑아내면, 라케시스가 신중하게 그 실의 길이를 잰다. 그러고 나면 아트로포스가 그 실을 잘라내 아기가 언제 죽을지를 결정한다. (14페이지)

 

 

 

여기에서 중요한 게 실을 잣는 이들은 여성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페이메이르의 유명한 작품 「레이스 뜨는 여인」을 언급했던 것과 같이 레이스를 짜는 건 여성 고유의 직업이었다. 생계수단으로써 가정의 살림을 꾸려갔던 것이다.

 

레이스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의 사진이다. 깃을 높게 해 약간 우스꽝스럽게 비춰지기도 했던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를 기억해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겠다. 처음 레이스를 선물받은 엘리자베스 1세는 그후부터는 레이스로만 화려하게 장식했다고 한다. 귀족들에게 사치품으로 비춰졌던게 당연하다. 여왕들만 그랬던 게 아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 또한 무분별한 지출을 감행했다. 이는 1660년에 프랑스와 베네치아간에 레이스로 인한 국제 분쟁까지 생겼다.

 

레이스 장식을 좋아하는 여성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도 교수대에 오를 때에도 레이스 옷을 입었다고 했다. 그만큼 여성들에게 사랑받았던 레이스였던 것 같다. 그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2년전부터 레이스가 달린 옷이 강세였다.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레이스로 된 속치마나 치마, 레이스 장식의 옷을 착용한다. 나 또한 레이스로 된 이너 원피스를 비롯해 레이스 스카프 들을 몇 개 가지고 있을 정도다.

 

레이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노예 제도를 떠올릴 수 있는 목화 즉 면직물에 대한 부분과 세계 여러나라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청바지 즉 데님에 얽힌 역사도 말한다. 스포츠용 직물인 수영복에서부터 남극 탐험을 위해 제작되었던 깃털로 된 겉옷과 방수 방풍을 위한 고어텍스와 우주복의 탄생되었던 배경도 볼 수 있다. 

 

 

이집트 인들은 미라를 만들때 리넨으로 사람의 몸을 채우고 싸맸다. 사체를 보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미라를 해부할 때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것을 싸맨 천 즉 리넨에 신경쓰지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미라를 쌌던 리넨은 바람에 날려 혹은 부스러지고 만다. 그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는 부분에 모든 고대의 것들은 연구 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을 잣고 옷감을 짜는 일과 관련이 있는 신들은 거의 다 여성이다. (29페이지)

 

사각형 리넨을 돛으로 쓴다는 발상은 배의 중앙에 가림막을 높이 매달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추측된다. 이런 풍경은 고대 유적에 묘사된 종교적 기념 의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에 내걸린 가림막이 바람을 붙잡았기 때문에 배가 물살을 거슬러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143페이지) 

 

실생활에서 접하는 실과 직물에 관한 역사라 상당히 재미있었다. 페이메이르의 그림이나 엘리자베스 1세의 사진 등을 게재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하긴 했었다. 그 그림을 알고 있었던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실과 직물에 대한 역사를 통해 인간이 걸어왔던 발자취를 알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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