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어디까지인가.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은 얼굴에 관한 것이나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주변에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수없이 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연어 낚시를 위한 연어 플라이를 만들기 위한 집착은 한 음악대학생을 박물관에 있는 새의 깃털들을 훔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이 책은 그러한 내용을 담은 글이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해 희귀 새와 새 가죽등을 훔쳐 달아난 열아홉 살 애드윈 리스트의 실화를 담은 책이다. 애드윈 리스트는 장래가 촉망되는 플루트 연주자로 런던 왕립음악원에 재학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많은 교육을 받았고, 연어 낚시에 사용되는 플라이를 제작하는데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플라이를 만드는데 있어 일반 새의 깃털을 사용해도 되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건 끝이 없는 것처럼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희귀 새를 향한 욕망이 끝이 없었다.

 

 

 

이에 앞서 평생을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새들을 연구했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을 말했다. 그는 탐험가이면서 토지 측량가였고  박물학자이기도 했다. 다윈이 평생 연구한 종의 기원을 몇 번의 탐험으로 알아낸 학자였다. 수많은 표본들을 채집한 기록들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인물이기도 하다.

 

귀족이자 부호였던 월터 로스차일드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수많은 동물들과 새들을 수집했다. 그가 가진 새들은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되어 있다. 그곳을 애드윈 리스트가 침입했고 약 299점의 새와 깃털들을 훔쳤다.

 

 

 

문제는 깃털이 여자들의 모자를 장식하는 장식물로서의 인기 뿐만 아니라 세계의 자연 환경을 연구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월리스와 다윈이 진화를 밝혀낸 것도 이러한 표본들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은 박물관에 있는 오래된 알 표본들을 서로 비교해 DDT 살충제가 쓰인 이후부터 알껍데기가 얇아지고 알의 부화율도 줄었음을 밝혀냈다. 덕분에 이 살충제의 사용이 완전히 금지될 수 있었다. 좀더 최근에는 150년 된 바닷새의 표본에서 뽑아낸 깃털 샘플을 사용해서 바닷물의 수은량이 증가했음을 알아냈다. 그것 때문에 동물들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수은에 중독된 물고기를 먹는 인간에게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깃털을 "바다의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234~235페이지)

 

 

 

자연사 박물관 직원들의 느슨한 근무 태도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연구의 표본임에도 연어 플라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희귀본 새의 가죽이나 깃털을 몰래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경매하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깃털을 원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 에드윈 리스트 같은 도둑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커크 월리스 존슨가 5년 간에 걸쳐 알아낸 이 사실들은 매우 놀랍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것표본들을 되찾기 위해 에드윈 리스트를 직접 인터뷰했고, 그를 도왔던 롱 응우옌을 인터뷰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에드윈 리스트가 경찰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을 때의 상황들은 놀라웠다. 완벽한 계획하에 새의 표본들을 훔쳐 달아난 그에게 임상의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했고 풀려났다는 거다. 마치 영화처럼 말이다. 집까마귀, 어깨걸이 풍조, 왕극락조, 푸른채터러, 불꽃바우어 새등 이름도 처음 들어본 귀중한 새들을 훔쳐 달아난 그에게 금전적 동기 없음으로 판단되다니 믿기 힘들었다.

 

 

 

이웃 분들의 리뷰에서 몇 번 만난 책이지만 역시 내가 읽으니 더욱 재미있는 책이었다. 소설 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것은 소유에 있지 않다. 자연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표본이 되는 것을 다른 일반적인 새의 깃털로 대체하면 안되는 것인가. 그들의 욕망이 더이상 희귀 깃털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