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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 인에이블러의 고백
앤절린 밀러 지음, 이미애 옮김 / 윌북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가족의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는 사람.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을 인에이블러(enabler)라고 한다. 우리를 돌아보자. 한때 집안의 모든 것을 알아서 하는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슈퍼우먼 혹은 헬리콥터맘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뜻를 같이 하는 말로 여겨진다. 가족의 모든 것을 알아서 하면 참 좋을 것 같지만 가족을 망치는 일이다. 남편이나 혹은 아이들에게 자주적인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고 엄마의 뜻대로 행동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상관없겠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된다. 이런 아이를 원하는가?
초등학교 교사였고, 가족관계학, 상담심리학자인 앤절린 밀러의 자기 고백서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 그런 사람을 찾다 만난 사람이 남편이었다. 남편 또한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고 대신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런 남편의 기분을 맞추려 대신 의견을 내주었고 회사에 아파서 못간다는 전화까지 걸어주었다. 또한 아이들한테는 어땠는가. 아이 대신 숙제를 해주는가 하면 결정을 못하고 있을 때 대신 결정해 주기까지 해 아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부모가 많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아이에게 숙제를 내주었을때 부모 숙제라고들 한다. 특히 만들기 같은 경우 엄마가 다 만들어주었다. 나는 아이에게 만들어가라고 했으나 부모의 도움을 받은 다른 아이들은 거의 작품 수준으로 만들어 왔었다. 요즘에는 이런 숙제가 없어져서 다행일 것 같다.
이 책은 30 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지금도 인에이블러, 즉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조장자들이 많다는 게 이 책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일들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변화가 잦은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재앙이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평생 간직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부모의 생활 방식을 마음에 깊이 새긴 나머지, 이와 다른 환경에서는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49페이지)
저자는 정신분열 장애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스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를 제대로 들여다 보았다. 자기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인에이블러임을 바라보며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는 과감하게 잘못을 지적했고, 아이가 다 하지 못한 것을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게 했다. 잘못을 저질러 경찰서에 가게 된 아이에게 사건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지인을 보며 그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던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학교나 직장으로 데려다 준다던가 하는 부모가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스스로 충분히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음에도 아이를 도와준다는 명목하게 아이의 선택권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개입과 도움을 주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고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