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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 모든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스칼릿 커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여기지는 않는다. 그저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 불만인 사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편이다. 성희롱 발언을 할 경우 성희롱적 발언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물론 정색을 하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표현은 할 필요가 있다. 직장 특성상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데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은 분 같은 경우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하는 편이다. 본인은 여태 해왔던 대로 하는 걸 테지만 나는 듣기 싫어 꼭 한마디씩 하는 경우다. 그 뒤로 내 앞에서는 말 조심을 하는데 이런 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우연찮게 페미니스트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동안 마음에는 있었으나 입밖에 내지 못했던 말들, 그저 습관처럼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페미니즘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들과 딸을 기르면서 나 또한 성 차별을 했던 것 같다. 딸에게는 남녀불평등한 부분을 겪지 않게 배려하는 발언을 했으면서 은연중에 딸과 아들을 차별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둘째 아이가 아들이어서 동생을 배려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여겼지만 동생과 차별한다는 딸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칼릿 커티스는 소녀 시절 느꼈던 불편함과 불안함을 이해하고자 페미니즘을 공부했고 많은 여성들과 공감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UN 여성단체인 걸업(Girl-up)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책이다. 배우 시얼샤 로넌, 키이라 나이틀리, 엠마 왓슨 등과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TV PD, 에세이스트, 작가인 한국 여성의 목소리로도 페미니즘에 대하여 말한다.
페미니즘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말한다. 여성으로서 당연한 생리에 대한 것과 임신, 출산 그리고 여성의 할례와 자위에 대한 것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성으로서 당연한 생리를 들여다 보자. 지금 현재 여성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 어렸을 적에만 해도 생리를 한다는 건 부끄러운 거였다. 생리대를 숨기고 생리혈이 옷에라도 묻으면 무슨 죄 지은 사람처럼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언젠가 횡단보도앞에 서 있었을 때가 생각난다. 큰 도로 사거리여서 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는 곳이었다. 내 앞에 한 여성이 서 있었는데 베이지 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엉덩이 부분이 생리혈이 묻어 있었다. 주변에는 남자들도 꽤 많이 있었는데 모두들 그 여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여성은 모르는 눈치였다. 오지랖 같지만 할 수 없이 내가 나섰다. 가까이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생리가 묻어있다며 말하자 그 여성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엉거주춤 걸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였다.
나는 열등한 성이 아니야.
너도 열등한 성이 아니란다.
우리는 모두 열등한 성이 아니야. (141페이지)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출산을 하게 되면 몸조리라는 걸 하게 된다. 아이의 백일 기념이 엄마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기라고도 하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 같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부기가 빠지는 기간, 아이를 낳느라 온 몸의 뼈가 이완되었다면 제대로 돌아오는 시기라고 한걸 어디선가 읽었다. 물론 정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외국의 여성 같은 경우 아이를 낳고 침대에 누워 있으며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고 마구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이 영국의 황태자비의 완벽한 몸매의 완벽한 화장이었다. 출산후 7시간만에 완벽한 메이크업과 하이힐을 신은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난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이 과히 충격적이었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또한 아이를 낳고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TV 속에서 케이트 미들턴을 보고 놀랐다고 고백했다.
내가 존중받고 싶기에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싶다.
호칭에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담겨 있다. (170페이지)
한국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가 말하는 호칭에 대한 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대부분의 남성의 경우 여성에게는 사모님이나 아가씨 라는 호칭을 쓴다. 자기들은 약간 친한척하느라 반말을 섞어 쓰는 경우가 있는데 기분이 상할 때가 많다. 반면 남성에게는 쉽게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게 되는 부분을 말했다. 호칭에서 드러나는 남녀 차별적인 발언. 쉽지 않겠지만 고쳐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가정에서 성평등을 이루지 못한다면 직장에서도 성평등은 있을 수 없다.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273페이지)
오늘 날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여성들을 보면 아랍인이나 유색인종 임에도 남녀 차별없이 키워 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자녀들에게 성평등을 가르쳐야하는 기본이 가정에서 있지 않았나 하는 걸 꼬집었다. 남녀 차별을 두지 않고 자녀들을 키워야 하는 게 부모의 숙제이기도 하다. 더불어 평등 사회를 이루어나가야 하는 기초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