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읽다, 쓰다 - 세계문학 읽기 길잡이
김연경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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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와 독서가들의 마음을 훔친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올때도 즐겁지만 좋아하는 고전문학 작가들의 작품이 나오면 표지에 따라 혹은 출판사에 따라 작품들을 모으곤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서도 출판사별로 있는 책이 꽤 된다. 아무리 애서가라고 하지만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 어느새 구매해 버리곤 한다.

 

최근에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읽었다. 속 표지와 책 속엔 사강의 사진이 여러 컷 수록되어 있었다. 나는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기뻤던 것이 사강의 사진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사강의 책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 같았다. 자유로운 감성을 지닌 작가의 사진이 이 책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 같아 내심 기대했다. 다만 책표지를 사강의 사진으로 했기 때문에 사강의 어던 작품을 말했을까 궁금했었지만 수록된 작품이 없어 조금 아쉬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슬픔이여 안녕』 겨우 두 권 읽었을 뿐이지만 나름 기대했었던 이유였다.

 

소설가 김연경의 세계 고전문학 깊이 읽기다. 총 80편의 작품을 말하는데 짤막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듯 여겨진다. 작품에 따라 거론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삶과 작품의 간단한 내용을 언급했고, 작품을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한 글이라 볼 수 있다.

 

책 좀 읽는다는 소리를 듣는 내게 80여 편의 작품들 중 읽지 않은 작품이 많았다는 건 아이러니다. 편향된 독서를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문학 분야를 주로 찾아 읽는 내게 그만큼 책이 많았다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핑계를 대본다.

 

 

 

총 일곱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주제에 맞게 책을 골랐고, 작가에 따라 두세 편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역시나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고, 읽지 않은 책들은 읽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반복하는 행동이긴 하다. 

 

내가 가장 많이 읽었던 책들이 있는 챕터는 다음과 같다. 일상, 속(俗)의 기록, 문학과 정치, 메타픽션, 성장, 청춘, 예술 부분이었다. 읽고 싶은 세계 고전문학 중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작품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민음사에서 계속 출간되는 책이기도 하고, 네 권의 책을 읽었지만 사실 읽어야지 하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분되지 않은 문단의 문장들을 읽고 있노라면 도무지 다음 장이 잘 넘어가지 않아서다. 즉 읽었으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겠다. 그만큼 난해하게 여겨진 소설이기도 한데 역시나 저자는 프루스트를 언급한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 보고싶은 책이라 저자의 글을 깊이 읽었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파리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고 그것에 작가는 '우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울과 권태는 모터니티의 수도, 즉 19세기의 파리를 몸으로 살아 냈던 보들레르의 발명품이다. 이 독특하고 새로운 정서의 진앙은 시간, 혹은 시간에 대한 의식이 아닐까 한다. (41페이지, 『파리의 우울』 부분 중에서)

 

중편 소설이지만 아직까지 읽지 못했던 책 중의 하나가 루쉰의 『아Q정전』이다. 저자 또한 이 책을 가리켜 '중편 소설의 분량이지만 한 인물의 인생을 조망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장편 소설을 방불케 한다' 라고 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읽지 못한 책인데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읽었더라면 저자가 하는 말에 더 공감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 작가의 책 들 중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그리고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가 아닐까. 사랑의 결과물과 방식은 다르지만 각자만의 이야기를 해서 영화로도 만들어져 그 즐거움을 더했던 작품이다.

80여 편의 문학 작품속에서 삶의 모습들을 본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삶, 내가 경험했던 것에 대한 감응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책으로 인해 인생을 알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독자든, 유명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 또한.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책속의 인물들의 삶을 보며 내가 나아갈 삶의 방향을 찾는다. 책 속의 길이 있다는 아주 진부한 말에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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