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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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키우다보면 한 마리 더 키울까 고민하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나 같은 경우 털 알레르기가 있어 처음엔 겁났었지만 사랑이 털 알레르기를 이긴 것인지 얼굴에 나던 것이 지금은 나지 않게 되었다. 인간 또한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집이 없는 아기 고양이를 보았을 때 키울 수 있다면 한 마리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집 고양이가 처음 왔을때는 낯가림을 하느라 딸아이의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번씩 들어가도 어딘가에 숨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래 아기 고양이들의 이야기인 콩알이와 팥알이를 보며 드는 아쉬움인 것 같다.

 

할아버지 방에서 자기가 고양이 인줄 아는 개 두식이와 팥알이, 콩알이가 함께 잔다. 동물들과 함께 잠든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들이 더 활개를 치고 잔다. 사람은 한쪽에서 웅크리고 잘 수 밖에 없는 법. 우리집 고양이도 우리방 침대 발치에서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신랑과 나는 한쪽에 찌그러져 있고 그 사이에서 가로로 반듯하게 펴고 잔다. 숙면을 못취하기 때문에 가끔씩 방문을 닫으면 밤새도록 우리 방문을 두드리고 방문앞에서 운다.

할아버지 내복씨가 팔순 생일이 지난 뒤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돌아와서 동물들과 함께 비비적거리고 자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래도 고양이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마구 솟아난다. 만화를 보다가 문득 울집 고양이 털 빗어준 지가 좀 되었구나 싶었다. 물을 싫어하지만 목욕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고양이, 발톱을 깎아 줄 때는 하악질까지 해대지만, 그래도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마냥 이쁘기만 하다. 안방에서 책 읽을 때는 안방 침대에서, 혹은 내 배 위에서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거실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으면 내 뒷편의 의자에 앉아 내 작업이 끝나길 기다린다.

우리집 고양이는 공을 굴리면 따라 잡는 놀이를 무척 좋아한다. 거실에서 다른 거라도 하고 있으면 빨리 해달라고 내 발을 물고, 공을 던졌을때 미리 잡기 좋은 곳에 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우리집 고양이 아이큐는 50은 훌쩍 넘는다고 주장하고 싶다.

 

 

사실 별거 아닌 에피소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집사와 마담 북슬네 가족들이 여러 동물들을 키우는 장면들을 보고 동물을 참 사랑하는 가족인 것 같아 저절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개 두식이와 고양이 두 마리, 거북이 두 마리, 새들도 여러 마리여서 사료나 간식들 사는 것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콩알이네 집에서는 그레이라 불린 고양이가 한마리 들어 왔다. 그레이는 개를 볼 때마다 물어서 왜 그럴까 싶었는데, 한 할머니가 벽보를 보고 찾아왔다. 자신의 개 사쿠라인것 같다고 말이다. 개한테 물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느라 고양이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인을 물었던 개가 싫어 다른 개들을 볼 때마다 물었던 걸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진다.

 

 

낯선 손님이 찾아 왔을때 개의 경우는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이 하는데 반해 고양이는 어두컴컴한 곳으로 숨는다. 낯선 냄새를 가진 사람들을 무척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명절에 많은 손님이 왔을 경우 발코니 벽장에 숨어 한동안 나오지 않은 적도 있고, 침대 매트리스 커버 속으로 들어가 숨어 잠자는 경우도 있다. 위 사진이 매트 속에 들어가 자고 있는 걸 들춰 찍은 사진이다.

 

 

할아버지 내복씨가 팔순이 된지 몰랐다. 팔순 생일 식사를 하고 얼마되지 않아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덜컥 했었다. 노인들은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한순간에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한 명을 잃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 같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지만 동물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콩알이, 팥알이가 머물고 있는 집은 오늘도 복작거린다. 그들의 동물 사랑이 아름다워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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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3-22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은비를 보면 개냥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Breeze님 냥이 이야기를 들으니 비슷한 점이 많아서 개냥이 맞는것 같아요. ㅋㅋㅋ 낯선 손님이 오면 집에서 나오질 않고, 장난감 던지면 던져질 포인트에서 미리 가있거든요. 그리고 깜빡 안 던져주면 던져줄때까지 포복자세로 미동도 않해요.😝
한마리 키울때는 한마리 더 키울수 있을까? 했는데 두마리 키우고보니 한마리 더 키울까? 하는 마음이 생겨요. ㅎㅎ

이불속 모습 쫄아서 들어간건데 표정이 넘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나요.^^

Breeze 2019-03-22 16:42   좋아요 1 | URL
보슬비 님 댁 은비 귀여워요.
자기가 개냥이라고 알고 있을까요?
우리집 냥이랑 행동이 비슷해서 혼자 웃습니다. 아, 정말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를 봤는데 넘넘 예뻐서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었어요. 근데 현재의 냥이가 슬퍼할까봐 참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