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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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중 『후 항설백물어 (하)』편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그동안 교고쿠 나쓰히코의 항설백물어 시리즈를 읽어오면서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그로 인한 인과응보를 바라보며 시대와 나라가 달라도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세계의 작품들을 읽으며 공감하는 이유와도 같다. 

 

전편 리뷰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에도 시대의 화가 다케하라 슈운센의 괴담집 「회본백물어繪本百物語」에 등장하는 고전 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은 <산사내>와 <오품의 빛> 그리고 <바람신>이라는 세 작품이 실려 있으며, 역시 도쿄 경시청 소속 일등 순사인 겐노신과 소베, 소마 그리고 요지로가 소설을 주로 이끌어 간다. 이들 네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이는 잇파쿠 옹으로 네 사람의 친구들에게 중요한 경험을 말하며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다른 편과 달리 네 명의 친구들이 한꺼번에 잇파쿠 옹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요지로가 잇파쿠 옹을 단독으로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면이 보인다. 잇파쿠 옹과 함께 살고 있는 사요의 정체가 오리무중 이었는데, 이 소설 속에서 제대로 드러나 앞으로 나올 소설에 큰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한다. 

 

 

잇파쿠 옹이 말하는 과거의 경험 속에서 늘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로 어행사 마타이치와 인형사 고에몬이다. 사건의 중심에 서서 해결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과연 소설 속 시점에서도 존재하는 인물인지, 그저 과거속에서만 머무는 존재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산사내>는 높은 산에 살았던 산 그 자체였던 인물로 그려진다. 옷 같은 건 입지 않았고 말도 일도 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부분을 읽는데 어느 배우가 주연해 많은 사람을 받았던 <늑대소년>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물론 소설과 영화의 결론을 다르지만 그냥 떠올랐다는 것이다. 사람인지 요괴인지 동물인지 쉽게 분간을 하지 못했지만 산사내를 요괴로 둔갑시켜 꾀를 내었던 이들의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씁쓸해질 수밖에 없다.

 

<오품의 빛>은 천황으로부터 오품의 벼슬을 얻게 된 백로에 얽힌 이야기를 빗대어 만든 괴담이다. 고귀한 빛을 발하는 백로에게서 태어났을 것이라는 꿈과 기억이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내용이다. 또한 백가지 이야기라는 놀이가 유행했다. 백가지의 괴이한 이야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룻밤 사이에 죄다 이야기하는데 백 번째 이야기를 마치는 순간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고 전해지는데 <바람신>에서 다룬다. 

 

 

 

옛날이라는 건.

좋은 옛날이든 나쁜 옛날이든, 어떤 옛날이든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법이다. 이는 분명 자신의 뱃속이나 가슴속이나 머릿속에만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옛날은 전부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된 현실이야말로 옛날이다.  (252페이지)

 

사요가 어떻게 해서 모모스케 즉 잇파쿠 옹에게 오게 되었는지의 사연은 씁쓸하다. 사요의 제대로 된 등장과 요지로의 행동은 앞으로 이 소설을 이끌어 갈 주요인물로 비춰진다.  모모스케가 '젊은 사람은 좋겠습니다.' 라는 것과 '이제부터는 요지로나 사요의 시대'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시대를 암시하는 문장이었는데, 마침 마지막 장에서 그 사실이 드러난다. 이야기의 새로운 전개라 봐도 좋겠다.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 무궁무진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교고쿠 나쓰히코가 이 작품으로 제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를 차용해 오늘의 인간의 삶을 되짚어볼 수 있는 소설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항설백물어의 마지막 편이 아닐까 했지만 앞으로 이어지는 『서 항설백물어』라는 책이 존재하니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의 재탄생이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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