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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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작가를 아는데는 그리 많은 작품이 필요치 않다. 한두 작품만으로도 독자들에게는 애정하는 작가로 발전하기도 한다. 전자책으로 그의 소설을 구매해놓고 읽지 않고 있다가 단편집 『놀러가자고요』를 읽고나서는 그의 소설이 궁금해 똑같은 작품을 다시 샀다는 거. 뭐 이런 사람 나뿐만 아닐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그런 와중에 만난 작가의 에세이는 작가의 전작처럼 편한 마음으로 읽으면 되겠다, 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웃분의 리뷰에서 읽었는데, 누군가가 에세이를 '잡서'라고 했다던가. 에세이 보다는 소설이 좋다고 외치면서도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되는 건 그것에서 위로를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글이 에세이다. 생활의 냄새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그럼에도 위로를 느끼는 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뿐만은 아니라는 동류의식이랄까. 

 

처음 읽었던 그의 소설  『놀러가자고요』는 삭막한 도시를 떠난 푸근한 시골의 모습을 담은 글이라서 좋았다. 우리 주변, 부모님 세대들에게 일어나는 정감있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에세이 또한 작가의 삶의 냄새가 나는 글이었다. 작가로 살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들,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담았다.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 무슨 날들, 작가로서 느끼는 생각들을 주제별로 엮었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책을 쓰면 많이 팔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어느 작가는 농담삼아 말하기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말했다. 사서 보는게 작가에게는 이득이 될테니 하는 말일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새해 바람을, 아주 솔직하게,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내가 이미 냈거나 낼 책이 보다 많은 독자와 마나는 것(좀 팔렸으면 싶다는 거다), 나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의해 탄생한 작품들이 전문적인 평자들의 마음에도 들어 상찬을 받고 나아가 그 상징적인 결과로 문학상이라도 하나 받는 것일 테다.' (204페이지)

 

 

 

 

모든 작가들의 염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작가의 염원이 통했던지 그가 펴낸  『놀러가자고요』가 동인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들었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갖지 못했지만 많은 독자들에게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책의 표지에 보면 작가를 가리켜 생계형 소설가라고 했다. 소설가의 많은 분들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품성을 인정 받았거나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전업 작가로 나서도 괜찮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설을 읽지 않을뿐더러 팔리지 않는다는데 그야말로 난관이 아닌가.

 

 

 

 

책에서 말했다시피, 작가의 사진을 보면 활짝 웃고 있다. 저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사진인데, 그의 얼굴은 글과 참 닮았다. 유머스럽고 생활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그의 그런 글들이 싫지 않다. 전업 작가로서의 어쩔 수 없는 고충이 보여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 천상병 시인은 노래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인은 이 혹독한 '세상'을 '아름답다'고, 삶은 견디는 일을 '소풍'이라고 비유했다.  (중략)  '아름다운 ..... 소풍'에서 멀어진 것은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시인처럼 감히 인생 자체를 소풍처럼 즐길 만큼 간덩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쉬는 날에조차 소풍을 감히 생각도 못 하고 산다면 서글픈 일이다. (335페이지)

 

우리가 오늘을 사는 것도 소풍처럼 생각한다면 우울할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작가는 천상병 시인의 말을 빌려 말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도 우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풍처럼 삶을 살자고. 아름답게 가꾸다보면 이 세상도 아름답지 않겠는가. 아, 나도 내 남은 생을 소풍처럼 생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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