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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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었던 소설 『열세 번째 이야기』는 내게 다이앤 세터필드 라는 이름을 각인시켰고, 작가의 다음 작품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작가가 다시 19세기 고딕 소설로 돌아왔다. 『열세 번째 이야기』가 쌍둥이와 책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벨맨 앤드 블랙』은 죽음과 까마귀라는 모티프로 다가왔다. 다시 한번 작가의 작품에 매혹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질문들을 건네며 살아간다. 어느 순간 눈을 감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을때 혹시 불시에 죽음을 생각하곤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아찔하다. 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아찔한 느낌 때문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흔든다. 죽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고픈 무의식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이지만 애써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 살아가는 게 우리다. 아직은 젊다고 느껴서 일수도 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게 또한 죽음이다. 아무리 부정해보지만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시쳇말처럼 오직 신만이 아실 일이다.

 

장례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업체가 있다. 장례용품을 파는 엠포리엄.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도 없고,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게 죽음이다. 장례식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춘 최고의 상점을 연 윌리엄 벨맨의 이야기다. 어릴적 그렇게 행복했던 소년 윌리엄은 가고 오직 아무것에도 마음 두지 않고 오직 장례사업에만 몰두하는 남자가 되었다. 사랑이란 걸 알았던 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세 아이들과 아내를 열병으로 잃고, 열병이 그의 모든 것을 앗아 갔다.

 

 

 

어린 소년이던 어느 날 새총으로 맞추어 시체로 발견되었던 떼까마귀의 죽음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가 손대는 모든 것이 승승장구 했지만 오직 가족 만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항상 그의 뒤에 있었다. 그의 가까운 사람이 죽을 때마다 장례식에 나타났던 검은 형체가 그에게 누누이 죽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의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지만 정작 그는 죽음이 멀리 있다고 여겼다.

 

때때로 우리는 죽음을 부정한다. 윌리엄 벨맨처럼. 죽음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자신에게는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사랑하는 가족 혹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죽음을 나타내는 색은 검은색, 즉 블랙이다. 그래서 검은색 까마귀를 이 소설의 매개체로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떼까마귀의 전설, 그들이 가진 생각과 기억들이 마치 다른 하나의 소설처럼 기괴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까마귀가 나타날 때마다 죽음의 사자가 온 듯 두려움이 느껴진다. 벨맨의 등뒤에 있는 죽음, 그걸 알지 못하는 벨맨. 너무도 여유롭게 마치 친한 사람처럼 다정하게 미소를 건네는 블랙이 곁에 있다. 벨맨이 느끼지 못하지만 항상 그의 곁에서 존재했던 것이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니까요, 그게 곧 미래죠, 안 그런가요?

나의 미래, 당신의 미래. 모두의 미래. (234페이지)

 

죽음은 곧 고통이자 두려움이다. 일부러 고통스러운 기억을 봉인했지만 어느 순간 터트려지는 게 또한 기억이다. 생각과 기억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을 생각한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해질까. 오늘을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후회라는 것을 안하게 될까. 그럼에도 예전처럼 똑같은 삶을 살까. 보다 진정한 삶의 방법을 제시하는 소설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작년 여름 엄마를 보내고 너무도 고통스러워 침대에서 숨죽인 울음을 삼켰다가 결국 터트리고 만 순간처럼. 곧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죽음을 생각해봐야 되지 않겠나. 부디, 이토록 매혹적인 작품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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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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