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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평점 :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면 습관적으로 휴대폰의 앱을 실행시킨다. 라디오 앱으로 방송인 김제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전부터 듣기는 했지만, 김제동이 진행한 후부터는 더 즐거운 마음으로 듣는다. 오늘 아침도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그의 소탈한 방송을 들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달라진다. 오늘도 그렇다.
방송인 김제동의 책을 몇 권 읽었다. 방송인으로서도 좋아하지만 책을 쓰는 작가로서도 좋아한다. 이번에 꽤 달달한 제목의 책을 냈길래 궁금했는데 헌법에 관한 이야기란다. 일명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이라고 했다. 그가 헌법을 말한 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헌법 제1조 제1항에 관련된 조항을 들며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말했다. 이제 김제동이 헌법을 말하는 구나 싶어 그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유심히 들었었다.
그렇다. 김제동은 그가 헌법을 읽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건넨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말하는 헌법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법관들의 법조문이려니 했던 게 사실이다. 김제동은 헌법을 읽고 헌법이 무척 쉬웠으며 헌법에 따라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와 의무에 대해 논한다.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의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이 법관들의 주인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헌법에 관해 논하는 것을 읽고 있다보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우리가 알아야 할 법인데 우리는 남의 법처럼 관심이 없었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좀더 일반인들 가까이에 있는 헌법이라 여겨지는 효과를 가진 것이다.
법이라고 하면 늘 우리를 통제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테두리 지어놓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헌법은 국민이라는 권력자와 그 자손이 안전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적어놓은 거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짜릿합니까? (20페이지)
얼마전 평화적인 시위, 즉 촛불 시위로 권력에 몸 담은 자를 내려앉히고 새로운 대통령을 세운 다시 쓴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울분을 토하며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들었었다. 저자는 진짜 권력은 국민에게서만 나온다는 말을 강조하며 권력과 권한에 대하 이야기한다. 대통령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대행하는 사람을 '대통령 권한 대행'이라고 하지 '권력 대행'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예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김제동이 쓴 글을 불편하게 쓴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그를 종북이라고 칭하고 보통에서 벗어난 방송인이라고 하는 경우를 보았다. 나 또한 정치에 앞장서기 보다는 방송을 열심히 하길 바랐던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가 했던 행보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불의에 맞써 싸워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헌법은 우리의, 국민의, 나라의 약속이니까요. (195페이지)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에 대해서도 말한다. 우리가 낸 세금의 생로병사를 알고 싶다는 것이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어디쯤에서 쓰이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세계 여러나라의 헌법이 영국과 프랑스의 시민 혁명의 영향을 받아 그 형식을 들여오고 문화와 철학을 들여오지 못한 게 아쉽다는 말을 했다.
또한 한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현직 헌법재판관 과의 화상 인터뷰와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과의 인터뷰를 실어, 헌법을 읽고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었음을 알수 있었다. 본인이 헌법에 대하여 알아야 독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할 수 있는 법이다.
헌법은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무조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합니다. 헌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주장하고, 국가와 모든 이들에게 의미와 특질을 부여하는 것에 말입니다. (356페이지)
연애편지 같은 제목 답게 헌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다. 그의 유머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결과의 글이다. 아침에 방송할 때도 '문득문득 행복하세요!'라고 말하는 그 답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향한 강한 외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