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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 마케팅을 강력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힘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재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재인. 2007)는 ‘세스 고딘’이라는 저자의 명성만으로도 많은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터, 소위 말하는 ‘섹시한’ 제목까지 갖췄다. 나 역시 그 유혹에 그대로 넘어가 크레타인의 거짓말을 해결하려는 듯 전투적인 자세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All Marketers Are Liars"다.) 과연 마케터는 거짓말쟁이인가?
그렇다. 그들은 정말 새빨간 거짓말쟁이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 성공하는 마케터들은 자신들의 거짓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다. 처음 내뱉은 거짓말을 자신의 삶 속에 끌어들여 진정성이 담긴 거짓말, 결국은 진실로 탈바꿈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객들의 마음과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이 책은 마케팅 서적이다. 하지만 그 핵심 내용들은 우리의 삶과 곧바로 연결된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명저자들의 저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서적임과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교훈을 주는 교양서적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 저자의 생각과 공감하고, 밑줄을 그었던 세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인간은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본다. 둘째,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대신 원하는 것을 산다. 그리고 마지막, 우리는 항상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본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마왕’이라는 수목드라마. ‘사이코메트리’(시계나 사진 등 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어,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력적인 행위)라는 독특한 소재도 흥미롭지만, 배우들이 툭 던지는 짧은 대사 속에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이 엿보여 보는 재미가 있다. 그 드라마에서도 이 말이 등장한다. ‘인간은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을 본다.’ 소비자라는 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눈 앞에 보이는 제품 그대로를 보지 않는다. 마케터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인 ‘스토리’를 통해 제 나름대로의 프레임을 가지고 보고 싶은 제품을 본다.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아, 정말 맛있네?’라고 느끼는 것은 맛있다는 믿음을 갖고 먹어서 인지도 모른다.
소비자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산다?
생각해보자. 이미 우리는 갖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생필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미 다 갖추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필요한 것을 사지 않는다. 펜 한 자루를 몇십만 원씩 주고 사는 사람이 있고, 값비싼 차를 여러 대 사 모으는 사람도 있다. 원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가치 있게 생각하고 원하는 물건들을 사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가 높아지는 느낌을 받고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 그들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말도 안 되는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의미를 알 수 없는 광고들이 다수의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는다. 제작자는 별 생각 없이 만든 영화 장면들을 철학적으로 고찰하고 의미를 분석한 책이 나오는 세상이다. 소비자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들을 설명하고 싶어한다. 누구에게? 스스로에게. 우연히 일어난 일을 결코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거짓말을 지어내 주변에 퍼뜨린다. 샌드위치 빵의 탄 부분에 성모 마리아 얼굴처럼 생긴 게 보였다는 이유로 2만 8천 달러어치의 샌드위치가 팔려나갔다는 사례는 결코 어쩌다 발생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일들은 넘쳐나고 있다.
이 책은 고집스럽게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대해 말한다. 마케터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는 것이다. 스토리는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일 수도, 상상 속 일에 대한 묘사일 수도 있다. 마케터들은 고객들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귀신처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편의 잘 짜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품이 팔려나가게 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성공적인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매번 강조한다.
마케터와 소비자라는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내게 이 책은 인간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 왔다. 그리고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내가 어떤 식으로 구매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어 약간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 만큼 저자의 메시지가 기억에 확실히 남았다. 넓은 의미로 볼 때 우리는 누구나 마케터다. ‘나’라는 상품을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파는 마케터. 평생 동안 하게 될 일이니 이왕 잘 하고 싶다. 이 책은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기회’를 준 책이다. 그 기회를 이 글을 보는 당신도 꼭 움켜잡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