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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느림보 워커홀릭 - 평온한 마음으로 바쁜 일상을 멋지게 헤쳐 나가는 방법
달린 코엔 지음, 변용란 옮김 / 산소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요새 바쁘지?”
“그렇지 뭐.”
습관처럼 건네는 안부의 말 속에도 바쁨의 흔적이 묻어난다. 우리는 그렇게 화석화된 바쁨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빨리빨리’로 기억되는 나라, 대한민국 안에서.
잠시 쉬어가거나 속도를 늦추는 것이 남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 앞서가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보조는 맞춰보겠다며 발버둥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워커홀릭이 되어가는 사람들. 나 역시 어설픈 워커홀릭의 모습으로 회사원 A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몇 달간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던 내게 <성공한 느림보 워커홀릭>(산소리. 2007)은 이 같은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너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거냐고, 한 번쯤 온 정신을 집중해 네가 외치는 소리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옮긴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리 참신하지도 획기적이지도 않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동시 포괄(simultaneous inclusion)’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핵심 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쉽게 풀어보면 삶의 순간순간, 내 몸과 마음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몰입하자는 이야기. 자유자재로 집중력의 범위를 좁히거나 넓히고, 몰입의 대상을 이리저리 바꾸는 융통성을 기르기 위한 명상법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근육과 뼈의 움직임, 내 감정이 흐르는 방향, 주변 사물의 모양새, 나를 둘러싼 소리와 공기 등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바쁜 하루 속에서도 마음에 여유가 흐를 수 있게 길을 내어주는 것. 소소하지만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느림보 성공’이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걷기가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지. 그래도 일단 따라 해 보는 수밖에. ‘동시 포괄’ 기술을 익히는 6가지 훈련법 중에서 일단은 1, 3번을 시작해 봤다. ‘가만히 앉아 하나부터 열까지 호흡 횟수 세기’와 근육과 뼈, 촉감, 소리, 색깔과 모양 등 ‘다양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걸으면서 명상하기’가 그것.
얼마나 많은 생각이 끼어들기를 시도하는지 쉽게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시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습관이 들어 한 가지 주제만 놓고 몰입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차츰차츰 집중에 필요한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느림보 성공이란 이렇게 차츰차츰 진행된다. 10분간의 명상이 15분으로 이어지고, 혼란스럽던 것들이 조금씩 정돈되고, 바쁨과 바쁘지 않음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와중에.
이 작은 책 한 권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저자만의 노하우도, 특별한 성공 비법도 아니다. 보다 행복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좀 더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