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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
내게 그녀는 [무조건]이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
빌려보는 것도, 서점에 머물러 읽는 것도 싫다.
값을 지불하고 손에 꼭 쥐고 돌아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읽는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다가 덮고 곱씹기를 반복하며.
한 번 마음을 뺏기면 쉽게 놓지 못하는 나는,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문체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홀리 가든' ホリ-·ガ-デン
표지도, 제목도, 어색한 타이포도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 '김난주'의 결합만으로도 무조건- 이니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의 아쉬움과 떨떠름함을 한 번에 날려준 작품.
이유는 시간에 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2005년작,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건 2006년.
1994년 작, <홀리가든>은 이제서야 번역돼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도 변해간다.
그녀뿐이랴.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예전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던 일도 시간과 함께 무덤덤해진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 사랑, 사람, 그리고 관계의 문제.
이들을 그려내는 문체는 시간과 함께 담담해진다.
하지만, 못된 독자는 그녀에게 담담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13년 전 작품인 <홀리가든>,
전혀 담담하지 않은 그녀가 오롯이 드러나 읽는 내내 가슴이 조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웨하스 의자>가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는 주인공들,
그 때문에 3배쯤 깊이 몰입해 흥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이후로 오랜만이다 정말.
에쿠니 가오리만의 매력이 풍요롭게 녹아있다.
미묘하고 섬세한 사랑의 감정들을 마음에 콕콕 박히게 묘사하는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