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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소리 내어 자꾸 읽어보게 되는 말이다. 여러 번 말하고 되뇌다 보면 나도 그 ‘비움’이라는 걸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온갖 감각 기관에 뭔가를 채워 넣는 데에만 익숙한 내게 비움은 참 어렵게만 느껴진다. 소유욕이 높아 질 때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찾아 읽고, 쾌락의 유혹에 자꾸만 넘어가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좋은 글들을 집어 넣지만 그 영향이 오래 가지 못한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또 다시 재미있고 신나는 것들을 뒤쫓고 있다. 모든 것이 지나치고 넘쳐서 괴롭다. 꾸역꾸역 넣고 또 넣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잠깐이라도 넘치는 것을 비우는 순간은 <비움>같은 책을 읽는 때뿐인 것 같다.
식상하지 않아서 좋았다. 너무 유하지 않고 때로는 날카로워서 좋았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꼬집고, 내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한 문장들을 책에서 만났을 때 밑줄을 긋는다고 한다. ‘공감’을 얻기 위해,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 위안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난 14명의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다. 그들 역시 인생의 지혜를 얻기까지 지금의 나와 같은 순간을 겪어 내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비움은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일이었다. 몸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마음’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책 읽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머리와 마음을 쉬게 한다. 그래서 하루도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나의 책 읽기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방전되어 버린 의욕을 다시 충전해 넣기 위해서, 지친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 받기 위해서, 멋진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 읽고 또 읽는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서 말하는 비움의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책 읽기였다.
14명의 삶에서 내가 배운 또 하나의 지혜는 ‘그래도’의 자세이다. 행복한 삶을 살고, 행복한삶을 선물해 주었던 테레사 수녀의 글을 보며 ‘그래도’의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2. 세상에 네가 줄 수 있는 최선을 주라. 그것은 결코 충분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항상 네 최선을 주라.
5. 네가 친절히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은 네가 이익을 꾀한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그들을 친절히 대하라.
6. 성공하면 험담하는 친구와 질투하는 친구가 생길 것이다. 그래도 계속 성공하도록 노력하라.
7. 마음을 열고 정직하게 살면 너를 속이고 배신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그래도 계속 마음을 열고 정직하게 살아라.
8. 오랜 시간 힘들게 쌓아온 일이 하룻밤 사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도 계속 쌓아 가라. (211 쪽)
책을 읽는 동안 명상을 하는 기분이었다. 14명의 삶을 보고 들으면서 마음이 조금씩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아졌다. 짤막하게 소개된 그들의 이야기를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실천한 비움의 지혜를 좋은 습관으로 내 몸에 들이고 싶어졌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만 지혜를 알려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참 어려운 일임을 느끼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14명이나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