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년 차 직장인이며 아직까지는 아침 출근이 즐겁고, 회사 생활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나. 그런 내게도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이라는 제목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괜히 읽었다는 것. 내용이 별로였다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는 게 힘이다’라고 하지만 때로는 ‘아는 게 병’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50가지 비밀은 50가지 병으로, 아주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이 책에 따르면 나는 블랙리스트 명단 중에서도 위쪽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아, 이제 어떻게 하란 말인가!
50가지 비밀 중에는 들렸지만 못 들은 척, 보였지만 못 본 척했던 ‘공공연한 사실’도 있고, 그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품었던 의문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서’도 있고,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의심스러운 구석도 있다. 타로 점이나 사주를 볼 때, 또는 잡지에 실린 이 달의 운세나 별자리를 읽으면서 ‘그래 맞아.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펴지 말기를.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운세나 점을 싫어하고 의심 많은 나조차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무서운 책이기 때문이다. 모든 비밀이 다 당신에게 하는 말 같고, 회사 생활에 도움은커녕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부디 조심하기 바란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곳곳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의 존경과 애정을 듬뿍 받고있는 다른 팀 팀장님의 손에서, 워낙 실력이 뛰어나 회사생활에 고민이라곤 없을 것 같은 과장님의 손에서 이 책을 처음 목격했다. 그리고 며칠 후,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이 책에서 인용한 문구가 보란 듯이 붙여 있는 것이다.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을 전직원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공개하다니! 더 이상 비밀은 없었다. 빨리 읽고 회사의 의도를 파악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무언의 압박만 남아 있었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지금껏 꾸준히 저질러왔다면 지금 당장 고치면 된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면 우리 회사의 비밀을 파악하는 데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면 된다. 어찌됐든 이 책은 실용적이고, 조직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최소한 아무 것도 모른 채 된통 당하고, 제 발로 회사 밖을 나가는 멍청한 짓은 막아줄테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회사 동료 중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CEO나 직속 상사는 대책 회의까지 마치고 벌써 새로운 비밀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이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은 비밀로 하는 게 좋겠다. 회사는 이런 책을 읽는 직원을 눈여겨보고 경계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비밀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