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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형 인간' 을 위한 반론 |
"야행성이 새시대 이끄는 주역" 창의성 발달·고독 즐겨 프리랜서 직업 등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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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http://www.chosun.com/media/photo/news/200401/200401130129_00.jpg)
드라큐라 영화를 보면 흡혈귀들의 엽기적 일상생활이 나온다. 이들은 동틀 무렵이면 관속에 들어가 시체처럼 지내다가 해가 지면 일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야행성’ 이른바 ‘저녁형’ 인간들의 생활주기가 이들 흡혈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 한 이래로 문명은 인간의 야간활동 영역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이런 도움으로 야간에 주로 활동을 하는 것이 체질에 맞는 인간들이 자신에 맞는 생활주기를 찾아내게 된 셈이다.
흡혈귀들은 이성적 사회질서와 대비되는 지극히 원시적 본능과 파괴적 속성을 지닌 것으로 그려진다. ‘저녁형’ 인간들도 이와 비슷한 특징이 있다. 이들은 고독을 즐기며 혼자 노는데 익숙하고, 일상을 벗어난 보다 강도 높은 쾌락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녁형’ 인간의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바로 소설가 카프카이다. 그는 밤이 새도록 작품을 쓰고 동틀 무렵이면 잠자리에 들곤 했다 한다. 그런데도 카프카는 일생동안 회사원으로 성공적인 직업생활을 하였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운 좋게도 점심때 출근해도 되는 직장에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저녁형’ 인간들에게는 카프카와 같은 행운이 따르지 않아 사회적응에 상당히 심한 어려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저녁형 인간들에게 걸 맞는 직업은 프리랜서와 같이 일정기간 내에 할당된 일을 해내기만 하면 되는 직업일 것이다.
흡혈귀 은유와 카프카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저녁형’ 인간들의 세계는 이성과 초자아라는 정신 세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끊임없이 거부하고 탈주하려는 인간형에 가깝다. 이러한 성향은 창의성이 중요한 경제 가치로 떠오른 현대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제 ‘저녁형 인간’들이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백상빈·강릉아산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밤만되면 눈이 반짝반짝 '저녁형인간' |
뭔가 창조하는 예술인들이 많아 업무 지장없으면 굳이 아침형으로 바꿀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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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왕근 기자]
지난 6일 밤 12시.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허경욱씨는 업무를 마치고 회사 문을 나섰다.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광고주가 의뢰한 ‘Y프로젝트’를 다루는 전체회의를 3시간 동안 하고 나서 마무리 잡무까지 마친 후였다. 사장 이하 임원들과 기획팀, 제작팀들이 모두 참가하는 회의여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낮에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팅’ 신문광고 시안 설명회까지 주도했었기 때문에 허씨의 몸은 파김치가 됐다.
허씨는 회사에서 가까운 삼성동 ‘메가박스’로 가서 심야영화 ‘올드 보이’를 관람했다. 보통 밤늦게 일이 끝나기 때문에 그 피로를 풀고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서 허씨는 심야영화를 즐긴다. 웬만큼 인기 있는 영화를 낮에 보려면 줄을 서야 하지만, 밤에는 줄을 설 필요가 없어서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2시간 동안 영화를 본 후 인근 게임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했다. 그렇게 즐기고 이동하고 귀가하면서 틈틈이 머릿속에서 내일 할 일을 생각한다. 새벽 3시에 집에 도착한 후 간단히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드니 새벽 3시30분이었다.
최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새 날을 계획하는 생활을 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일본인 사이쇼 히로시가 쓴 ‘아침형 인간’에서 촉발된 운동이다.
하지만 허씨는 그와는 반대되는 ‘저녁형 인간’이다. 일반 기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침형 인간들이 많지만 허씨처럼 광고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저녁형이 많다. 출근은 오전 11시나 11시30분까지 해도 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면 시간은 보장된다. 허씨는 아침에 아들 서암(9)군을 등교시켜 주지만, 요즘은 방학이기 때문에 오전 8시쯤 눈을 잠깐 떴다가 다시 잠들어 10시에 기상한다.
저녁형 인간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밤에 늦게 자며, 낮보다는 저녁 시간에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침형 인간이 이성적이고 계획적이라면, 저녁형 인간은 감성적이고 자유스러운 인간이다. 아침형 인간은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서 하루를 먼저 맞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험난한 사회생활을 헤쳐갈 ‘준비된’ 전사들이다.
‘아침형 인간’ 운동을 하는 인터넷사이트들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모두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반발도 적지 않다. “아침형 인간이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새마을 운동하고 비슷하네요. 또다시 사람들을 한쪽으로 몰고가려는 것 아니에요?”
아침형 인간이 있으면 저녁형 인간도 있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 있다면 땅거미가 질 무렵 날개를 펴는 ‘올빼미형’도 있는 법이다. 주로 예술인들 중에 저녁형 인간이 많다. 그들은 정해진 틀에 맞추기보다는 자유로워야 하며, 뭔가를 창조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조선일보에 만화 ‘빨간 자전거’를 연재하는 김동화씨는 “기상은 오후 2시에 하고 만화 그리는 작업은 밤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한다”며 “그 시간이 고요하고 번잡하지 않으며 몸 컨디션도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만화가의 처음 10년 동안은 아침형으로 살려고 애도 썼지만 부질없는 일이었고, 지금은 저녁형으로 사는 게 몸에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사람의 몸은 방치해두면 이성보다는 감성에, 일보다는 쾌락에 끌린다. 그래서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사람은 저녁형으로 기울게 된다”며 “사회적 여건상 아침형으로 살아야 할 사람이 나태함의 결과 자꾸 저녁형으로 된다면 이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자신의 몸이 저녁형으로 굳어져 있고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면 굳이 아침형으로 바꾸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왕근기자 wkkim@chosun.com )
출처 : 미디어다음(http://media.daum.net/) 사회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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