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88만원 세대'를 넘어 한국사회의 희망 찾기
우석훈.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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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중간점검

우석훈이 썼던 모든 글들을 읽어왔다. 그가 쓴 순서대로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말하는 사유의 연속선상들을 파악하는 데 신경쓰게 된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와 <음식 국부론>(도마 위에 오른 밥상)으로 시작된 그의 논의가 '농업'이라는 것의 가치와 그것들을 파괴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그 근저에 깔려있는 착상들을 캐 보는 논의였다면, 그가 대중적인 글쓴이로 알려지게 된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는 협상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미FTA의 맹점에 대한 논의였다. '순환 보직제'에 따른 협상판에서의 '날티'가 미국 협상단과의 만남에서 어떤 파괴적인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지에 대한 논증, 그리고 FTA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한 대답들을 우석훈은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2007년 한국 사회에서 한동안 화두가 되어버린 <88만원 세대>(박권일 공저)와 한국 기업조직의 '생존'에 대한 논의를 담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박권일 공저)을 한번에 펴냈다. <88만원 세대>는 현재의 경제담론과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들에 대한 잔혹한 결과에 대한 보고이며, 그것들의 정치적 함의까지 추적하는 논의가 될 것이고,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는 지금까지 경제에 대해서 기업들이 진단해 왔던 논리인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한 조직론적인 분석이다.

그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그의 기본적인 착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논의들을 우석훈은 각각의 책들에서 맞물리게끔 '퍼즐형식'으로 쓰고 있다고 본인도 말하고 있고, 실제로 읽다보면 그것들이 느껴진다. 다행인 것은 그의 저작 하나하나가 쉽게 쓰여있고, 또한 나름의 의미 전달이 명확하게 되어있는 편이기에 단권으로 그를 접했다하여 그의 생각들의 편린을 읽어내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지승호가 우석훈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묶어냈다. 내가 우석훈을 처음 접한 건 TV 토론회(한미 FTA 체결 선언을 하던 날)였지만, 실제로 그가 블로그의 글들이나 이번 인터뷰집의 말미에 이야기하듯이 그는 인터뷰나 TV 출연을 굉장히 싫어한단다.

   
 

 인터뷰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인터뷰에 대한 나의 평소 생각은 단순 무식하다. "안 한다." 난 누가 내 얼굴을 아는 것도, 이름을 아는 것도, 그리고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다 싫다. 원래도 대인기피증이 좀 있는데, 노무현 시절에 정부 정책 비판을 좀 강하게 했더니,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동지의 등에 칼을 꽂는가?"라고 내 주위에서 좀 심하게 패악을 부렷다. 그래서 대인기피증이 더 심해졌다(p.303).

 
   

하지만 그런 그가 지승호에게 잡혔다. 왜냐고?

   
 

 그런 내가 인터뷰집이라는, 익숙지 않을 뿐더러 "안 한다"는 평소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그가 지승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인터뷰를 했던 그 매체가 <<인물과 사상>>이었기 때문이다. 지승호라는 이름, 그리고 강준만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당위'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pp. 305~307)

 내가 이해하는 한, 지금 지승호가 그의 인터뷰를 통한 이 뜨개질이,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의 유일한 깃발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래봐야, 그가 만들 인터뷰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거대한 깃발이 되고, 진영이 되고, 그래서 파도가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러나 한 명 한 명, 혹은 한 권 한 권은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지승호의 뜨개질로 엮인 이 깃발은, 추위에 잠깐 몸을 녹일 군불은 된다. 그게 다냐고? 그거라도 지금 이 상황에 어디인가, 감지덕지지. 매달 책을 내겠다는 이 사나이를 도대체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그가 그의 뜨개질을 멈추지 않고 있는 한, 우리는 이길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지지는 않을 것이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좋은 흐름이 오는 날이 있을 것이다(p.311).

 
   

이런 우석훈과 지승호의 만남에 대해서 난 '중간점검'을 떠올렸다. 물론 우석훈의 한국경제 대안 논의의 3권과 4권이 아직 남아있고, 이론적인 논의가 더 진행되어야겠지만(사실 3권이 완결되면, 그 때가 정확한 중간지점이 될 듯하다. 4권은 대안 경제학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우석훈의 '사회적 활동'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 동안 우석훈이 길에 나가는 일들이 생길 듯하다(블로그의 글들이 이를 알려준다 fryingpan.tistory.com).

이 책은 지난 우석훈의 저작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쉽게 펼쳐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의 지적배경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우석훈의 '급진적'이되 '대안제시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생협에 대한 이야기, 한국사회가 가져야 할 모델들, 또 경부운하에 대한 생각들 등등.. 그의 생각들의 저변에는 '386'에 대한 회의가 깊게 깔려있다. 그건 <88만원 세대>에서도 충분히 보여졌던 측면인데, '세대 착취'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며, 현재의 망국적인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한다.

그의 대안들이라는 것의 출발점에 '10대'가 있는데, <88만원 세대>의 복판 나이에 걸쳐있는 27세의 나에게 주어진 세상이 암울하다는 것을 인지할 때마다 더 속이 상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해야할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 TOEIC/TOEFL/TEPS 기계가 아닌 '한달에 책 10권은 읽는' 그런 사람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 물론 외국어 공부를 한동안은 할 것이지만, 그것의 '도구적 속성'이 나의 본질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석훈을 보면서 '프랑스'에 대해서도 좀 생각을 하게 되는데, 프랑스의 박사과정이라는 것이 '저작'을 내는 학자를 길러내는 학풍이라는 것이 굉장히 크게 유혹했고, '기술자'를 만들어 내는 미국 교육에 대해서 "역시 나와는 맞지 않는다"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또한 결심을 해본다. 20대 저자가 되겠다는. 한윤형과 김현진이라는 동갑내기들이 활발한 저술들을 하는 것을 보면서 배아파하는 중인데, 우석훈은 김현진을 또한 예찬하기도 한다. 제대만 하면 한 권의 책을 꼭 20대를 마치기 전에 쓰고, 가능하다면 1년에 한 권정도의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없이 쓰고, 또 계속 읽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우석훈과 일치를 보게 된다.

   
 

 사람들이 최근에는 경제나 사회라는 게 굉장히 복잡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 같아요. 단순논리로 잘 환원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세상 복잡해졌다고 다 말하잖아요. 그런데 21세기는 복잡하다고 말하면서 사회나 경제에 대해서 사유하는 것은 굉장히 단선적인 것 같습니다. 삼단논법을 못 넘어가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좀 사려 깊어지고 지혜로워지는 게 해법인 것 같은데요. 지금처럼 잘 속아서는 민주주의나 경제나 다 힘들죠. 우리나라 국민들 다 잘 속잖아요. 황우석한테도 속고, 노무현한테도 속고, 신정하한테도 속고, 하여간 잘 속아요. 속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도 속고나면 단단해져서 속이기 어려운 국민이 되어야 할 텐데요. 그렇게 되면 지금 이 상태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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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헨드릭스 2008-02-27 08:16   좋아요 0 | URL
혹시 저자이신가요?? 와우~ '힘'을 드릴 수 있었다는 데에 오히려 제가 뿌듯한데요?
아,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 엄청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좀 쳤었는데,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에 취한 후~ 음악적 지향도 완전히 바뀌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