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 꼴이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기아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2000년 이후 1,20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블랙 아프리카의 상황은 특히 열악하다. 아프리카에서는 현재 전인구의 36퍼센트가 굶주림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p.18).  
   

지구 한 편에서는 비만을 걱정하고, 참살이(웰빙) 열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 다른 한 편에서는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그득하고, 아이들의 무덤이 늘어나고 있다.

TV에서 김혜자 아줌마가 나와서 소말리아에 구호의 손길을 바라는 광고를 하고 있을 때, 북반부의 그나마 살만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채널을 돌리며, 피튀기는 액션이 난무하는 미드를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한비야가 보여주는 세계의 모습들은, 기행기로, 어드벤쳐로만 기억될 뿐, 그 실상에 대해서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40~50년전의 대한민국에 대한 기억이 있는 50대 이상에게 가난과 굶주림의 기억은 선명한 것이었지만, 그들의 자식들인 40대 이후(386 이후)의 세대는 그런 가난의 추억담을 노인내의 철지난 유행가처럼 들으면서 무시하곤 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의 관리체제에 편입했던 대한민국. 생활비가 없어서 자식의 손가락을 잘라서 보험금을 타내려 했던 어떤 아빠의 이야기는 이미 잊혀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그냥 바쁘게 살고, 주위를 돌아보려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숱한 사람들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고, 생활보조금 몇 십만원으로 겨우 라면만 먹으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정도는 양반이다. 지구 반대쪽의 남반구의 아이들은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에 노출되어 죽어가고 있고, 최소한의 비타민 A가 공급되지 않아서 실명으로 치닫고 있다.

먼저, 식민지에서 독립된 이후 끊임없이 계속된 내전, 사실상 그것을 추동한 서방 선진국들의 제국주의적 태도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은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서 일상적인 경제활동과 생산활동은 불안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리저리 내몰려져 피난만을 다녔던 난민들의 빈곤을 불러왔다.

또한, 식민지에서 자신의 국가를 제대로 세워보겠다고 '자주관리체제'를 도입하여 농업을 세우고, 자신들의 수요에 걸맞는 시도를 했던 나라들에게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은 무장 쿠데타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게다가, 21세기에 즈음해서 더욱더 고도화된 발전은 끊임없는 생태질서를 교란하고 있고, 선진국들의 자본은, 그나마 환경을 팔아먹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가들의 토호들과 자본들에게 돈을 쥐어줌으로써 그 오염을 '묵인'받고 있고, 그 결과로 사막화등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죽어나가는 건, 농민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되었다.

비참한 세계를 정확하게 이 책은 보여준다. 읽으면 읽을 수록 문제는 간단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아보이는 난국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분유를 공급하겠다던 아옌데의 '사회주의 국가' 칠레는 "네슬레"와, 미국의 무기를 등에 업은 쿠데타로 인해 전복되었고, 자주관리를 도입하려던 상카라의 부르키나파소는 프랑스의 힘을 업은 쿠데타로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전복되었다.

이런 구조적 난맥이 있는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의 구호활동도 예전의 선진국의 잉여생산물을 무상으로 지원받던 방식에서, 시카고의 곡물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지불하고 사오는 방식으로 변화함에 따라서 국제 곡물가가 폭등할 때마다 여러 아이들에게 돌아갈 양식은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하이브리드' 연료와 곡류를 태워서 생산하는 '에탄올' 연료에 대한 개발이 촉진됨에 따라서 사람 먹을 것도 없는 곡류는 졸지에 연료로 활용되는 판국이 되었다. 'agflation'이 도래한 것이다. 원래도 소가 먹을 곡류가 사람이 먹을 곡류보다 풍성했는 데 말이다. 소 팔자가 상팔자다. 또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자, 묻어버리는 소가 많은데, 쇠고기 소비량이 줄어들자, 유럽연합은 덩달아서 광우병과 상관없는 쇠고기도 땅에 묻어서 가격을 보존하고 계시다.

'경제적 기아'는 어쩌면, 자연환경의 일시적 변화와 일시적 전쟁 등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 기아'는 사회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폐부를 찌르고 후벼판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지구에 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공민이 될 수 있을까?

지글러의 대안은 간단하다.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혁파, 그리고 구호보다는 그 사회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 대안들에 대해서 이제 숙고만 할 시간이 지나가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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