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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ㅣ 까치글방 133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실제로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서 다 읽은 것 처럼 지껄이는 책들이 있다. 예를 들면, 칼 맑스의 "자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존 스튜어트밀의 "자유론" 등등.... 사회과학에 대해서 소이연 쯤 하는 작자들은 언제나 그들의 이름을 들먹거리지만, 사실 그러한 책들을 읽은 사람은 5% 안짝에 불과할 것이다. 아니 5%도 후할지 모르지...
이 책도 정말 그러한 책 중에 하나다. 우리는 국정교과서 6차 과정부터 랑케와 이책의 저자 E. H. 카의 입장을 비교하면서 역사란 무엇인지를 탐구하지만, 내가 볼 때, 국정교과서를 집필한 작자들도 카의 입장을 열심히 본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흔히 우리가 그의 입장이라고 하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는 데, 그 말뜻을 단순하게 자신의 주관이 살아있는 역사관으로 국정교과서는 "해석" 수준의 차원으로 한정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할 경우, 에피쿠로스의 상대주의나, 니체의 상대주의와 카의 '해석'의 차원에서의 역사 인식은 어떤 차이를 갖게되는 가?
카는 국제 정치학의 패러다임으로 볼 때, 고전적 "현실주의자"로 분류한다. 현실주의자와 상대주의자....... 어폐가 있지 않는가?
그러한 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더욱 이 책을 탐독해야 한다.
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언제나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개인, 그리고 역사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역사에서의 "끊임없는 대화"는 변동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꿈틀대는 역사가, 그리고 그 둘의 상호작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단순한 차원의 자의적 해석이 아니라, 해석들의 충돌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서의 반영. 그것들의 상호작용의 앙상블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프랑스철학과도 쉽게 닿을 수 있다(물론 이 책에서 내내 프랑스 철학자들은 그의 이빨에 희생당한다.)
따라서 그러한 인식에서 포퍼, 랑케 같은 실증주의자들은 기껏해야 '사료를 모으는 수집가' 정도로 보일 따름이고, 못하면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책의 모든 부분에서 포퍼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가 거침없이 지껄이는 '사회주의'...
그런 맥락 상관없이 읽히는 국정교과서의 '역사란 무엇인가?'...
그 차이를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더더욱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