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사회과학 - 풀빛신서 165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4
최정운 지음 / 풀빛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5.18. 광주.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서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들이 있다. 정치평론가들이고, 지독하게도 '김대중 선상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恨의 정서'가 가득차 있다는 정도? 그래서 이러한 그들의 특징들은 지독하게도 지역감정의 먹이거리가 되게 하기도 했다. 

 그럼 5.18 은 어떤가? 실제로 광주에 대해서 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광주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사람들은 최정운의 이야기를 따르자면 '전혀 쌩뚱맞은 소리'를 한다거나, '전혀 아는 바 없음' 정도일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적 차원으로 법제적으로 광주민중항쟁 자체가 복권이 되었으면서도, 항쟁 당시에 관제 여론을 통해서 형성된 담론자체가 아직까지도 뿌리깊게 장년층에게는 박혀 있음과, 현대사에 무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광주의 사건들은 어쩌면 별관심 없이 외워야하는 한국 현대사의 1개의 문항정도로밖에 치부되지 않음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어떤 미친놈이 대낮에 술을 퍼먹고 돌아다니면서 어떤 여성에게 성폭행을 한 후 살해하고 인육을 먹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일이 밝혀졌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 까? '천인공노할 사건'이다 라고 하면서 매스컴에서 최소 일주일에 가깝게 보도가 될 것이고, 도덕의 추락이라던가, 양심의 파탄이라는 말들이 돌아다닐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더 처참한 국가권력의 살육이 벌어진 광주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가? 아니. 왜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가?

 최정운의 논의는 이 광주에 대한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5.18에 대한 담론에 대한 연구, 그리고 광주에서 나타났던 공동체의 모습과 사건의 전개 그리고 공동체의 붕괴와 해방광주에 대한 연구 등이 이 책에는 써있다.

 광주는 해방구이기도 했고, 동시에 그러한 해방구의 상황에서 사유재산도 계급도 없어져버린 절대적 공동체가 생겨난다. 절대적 적과 그를 제외한 나머지들의 사랑의 공동체(가장 영감을 받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절대적 적의 긴장감이 사라지자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요청이 생기고 다시금 일상에서의 모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해방광주).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나름의 해결될 수 없는 차이들은 나름의 대안들을 만들고 곧 광주는 공수부대에게 접수된다.

 어떠한 면에서 광주의 시민들은 폭력에 저항했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고, 그 공동체는 왜 파괴되었는가?

 그에 대한 물음과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이 전개된다.

 

Trans-Political Science

 더 말할 것도 없이, 세상에서 정치학에 대한 주된 인식은 정치학은 지배의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관된 최초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플라톤의 정치체계(철저한 계급적 분업과 엘리트주의에 기초한)에 대한 언급부터, 현대의 거버넌스의 이론까지 지배적인 정치학의 입장이라는 것들은 언제나 지배계급, 지배적 신분의 통치(Government)라는 관점에서 주되게 쓰여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치학 하면, 대통령, 의회, 정당, 국가, 국가들간의 관계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며, 당연히 그러한 인식만큼이나 그러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지배적 경향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멀게는 루소로부터, 조금 더 정확하게는 맑스로부터 정치학은 단순한 지배 계급의 통치기술을 넘어선, 그에 대항하는 '전복의 정치학'은 구성되어왔고, 계속 생성되고 있다. 또한 그를 입증하기 위한 경험적 연구들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다. 맑스의 빠리 꼬뮨에 대한 분석은 대표적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보자, 우리에게 저항의 정치학이라는 것은 어떻게 연구되고 있고, 어떻게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가? 나는 갑오농민전쟁이나, 독립운동사 등을 연구하는 몇몇의 역사학자와 정치사학자들을 제외한다면 거의 없다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이 책 "오월의 사회과학"을 읽으면서 그 생각들을 기각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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