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0쇄 기념 한정판)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20살이 되기전에,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두번정도 읽었고, 그 때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어이 없게도 이번에 읽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은 나를 한번 충격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전에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사회적 아젠다'를 담은 소설이라고 혼자 정의하고, 여기서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후기 산업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는 구조적인 정의를 했었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_-+

마치 그 소설에 존재하는 윤호가 만났던 옆집 아이와 내가 무엇이 다른가? '10대 노동자'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그 현장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이야기는 단순하게 시차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각자의 눈을통해 계속 옴니버스 방식으로(연작소설의 기법을 사용한다.) 이야기는 전개되나 이야기가 연결됨은 다 읽고나서 생각하면 오히려 매끈하며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태일 평전'과 같이 현장의 모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임노동'관계에 대한 묘사요. 그들이 단순히 '선/악' 구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의해서 길러진 이들임을 보여준다. 또한 그들의 삶이 노동 현장에서 어떻게 기계에 훈육되는 가를,, 챨리 채플린이 모던타임즈에서 '시간'과 '공간'에 의해 분절되는 것을 보여주듯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초반부의 꼽추와 앉은뱅이의 이야기(맨 마지막에서도 나오지만..)부터 시작하여 은강 기업 사주의 손자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의 부분을 보면, 조세희는 우리에게 분노를 느끼게 한다.

대대로 천민신분으로 살아온 난장이의 아내, 그리고 평생 천대받는 일들을 하면서 '우주공간'을 꿈꾸고 '사랑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는 난장이, 그리고 그의 자식들의 이야기..

세상의 속물을 싫어하지만, 그와 닮아가면서 약해지고 있는 신애와 그의 남편. 똑똑하고 영민한 그녀의 자식들.

그와 난장이의 연결.

윤호와 지섭... 지섭을 통해서 노동운동을 하고 싶지만,, 계속 일탈하는 지식인의 상을 보여주는 윤호.. 그에게 우주를 이야기하는 지섭..

또 난장이를 찾아오는 지섭에게 느낀 것이 있어 노동운동가로 변하는 영호..

결국 영호는 은강 기업의 사장 동생에게 칼부림을 하고야 만다.

이 시점까지 분노는 계속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한사람의 감정이 아닌, 구조적이고, 자본주의사회의 보편적인 모순인 것을 은강 기업의 사주 손자는 적실하게 보여준다.

영수,지섭과 대척점에 서있는 은강의 손자는 어떠한 이념을 원해서 갖고 있거나, 어떠한 판단을 단순하게 자신 고유의 것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길러진' '훈육된' 인간일 따름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단순한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 대한 '인간적' 분노 보다 더 '황당한' 지점에 있다. 그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이다.

은강 손자의 이야기가 그 실마리가 혹시 되지는 않을까?

결국 읽고서 내가 느낀 중요한 점은, '무엇을 할 것인가?'와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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