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이학문선 1
안토니오 네그리 & 마이클 하트 지음, 윤수종 옮김 / 이학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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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당히 논쟁적인 책이다.

정통 맑스주의 진영에서는 이 책을 '초제국주의적 경향'의 절정이라고 비난하고, 반대로 탈근대적인 맑스주의자들의 진영에서는 이 책이 '지나치게 구성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맑스에 대한 비판이 실제로 맑스식 쓰기의 방법을 몰이해한데에서 출발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네그리에 대한 비판도 실제로는 그 나름의 방법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할 확률이 높다.

이 책은 제국주의에서 제국적 권력으로 이행하는 세계 질서의 변화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맑스, 들뢰즈, 니체, 푸코의 개념이 낯선 이들에게는 상당히 어렵게 이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면 '탈영토화되고 탈중심화되다'라는 말 조차도 들뢰즈의 '천의 고원'(혹은 천개의 고원)의 개념 설정을 정확하게 포착하지 않으면, 단순한 영토에서 벗어남과 중심이 분절되는 경향으로만 포착하기 쉬우나, 실제로 들뢰즈.가타리의 개념은 이와는 약간 상이하다.(예를 들면 특정한 사회적 '배치'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 지를 포착해야 한다.) 철학자가 점차 '내공'이 쌓일 수록 말이 쉬워지고, 빨래하는 아낙도 이해하기 쉽게 글을 써야 한다는 공리가 우리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 네그리는 '어려운 프랑스 철학을 더더욱 어렵게 갈겨놓은' 사상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생각들은 나름의 목적의식에 충실하기 위한 개념만 최소한의 선에서 포착하며, 그나마도 사실은 1부에서 최대한 설명하려 애 쓴다.

맑스의 "자본"을 읽을 때, 접하는 첫째의 어려움이 첫장의 '가치론'의 영역이고 가장 논쟁의 여지를 많이 주는 부분도 그 부분인 것 처럼, 네그리의 1부의 영역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의 오케스트라로 이루어 졌다.

하지만 이진경이 지적했듯이, 사실상 네그리는 맑스와 같이 장난질을 치고 있다.

맑스가 정치경제학의 척도로서 노동과 상품의 관계를 측정하려는 '노동가치설'의 공리를 해체하기 위해서 헤겔의 '난해한' 문투로 휘갈기다가 결국에는 그러한 노동가치설을 신봉하는 '정치경제학'을 해체하면서 그 장을 마감하듯이(그에 관한 논의는 "자본을 넘어선 자본"을 참고하라),

네그리 역시 맑스의 방법을 차용해서 세계질서를 고전적인 사법적 척도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로크적 전통 홉스적 전통으로 나누어 설명하다가, 결국 이를 "국내법의 유비로서만" 전지구적 법제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해체시킨다. 그러한 척도는 사실상 "국제질서의 경향성을 포착하는 데" 오히려 난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난점을 제거하고 읽는 다면 네그리의 책은 노동/자본의 계급투쟁, 그리고 그를 통해서 등장하는 "제국"과 그에서 구성되는 "다중"에 대한 놀라운 설명이며, 동시에 즐거운 혁명의 '개념상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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