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1학년 때, 사회과학도랍시고, 길거리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또한 함께 뛰어다니며 따라다니곤 했었고, 그들이 집어주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다 읽어대곤 했었다.

누군가 당시 나에게 주던책은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이었다. 어떤 시골의 한 어린 아이(당시 내 기준으로도 전태일은 어렸다.)가 생존을 위해서 70년대 자본주의의 현장으로 뛰어나와 세상에 조응하지 않고 결국 자신의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는 극한적인 상황에 부딪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편의 불편함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고, '평전'은 나의 정체성의 큰 부분을 한쪽 방향으로 틀어놓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냉소적이 되어간다. 한편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를 느끼면서 그 세상에 대한 반격을 언제나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이 가능이나 하겠어?" 하는 비관적인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냉소로 풀기 시작한지도 이제 꽤 되어가는 것 같다.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는 의지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그녀의 '그러지 말자'고 외치는 편지이다. 서문에서도 인정했듯이, 이 책에 나오는 말들은 종종 철자법도 심하게 어긋나고, 그냥 읽는 대로 말하는 데다 그것도 사투리를 그대로 옮겨 놓아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 할 정도인 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그녀와의 대화를 반드시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왜 노동운동가가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1부와 마지막의 이야기(사실 붙여놓아도 무방하겠지만 읽다가 다시금 그녀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에서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한국 자본주의를 정치경제학적으로 이해하겠다는 학자연하는 이야기(어쩌면 좌파들의 굉장한 나르시즘)를 떠나 가슴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금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2부의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노동운동이 무너져가고 있는 이 시점 그들은 어떤 삶의 태도로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삶의 결에서 나타나는 흠결들을 그녀 나름대로 비판하면서도 그것들에 대해서 어떠한 미움을 갖기 보다는 어쩌면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문제임을 넌지시 보여준다.

가장 한참동안이나 읽는 이를 괴롭히면서 읽게하는 부분은 3장, 4장, 5장의 이야기다. 김주익에게 보냈던 추모사나, 그녀의 가족사를 작금의 세태와 연관하여 읊어주는 그녀의 글들은 나를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편하게 만들고 또 한편의 분노를 계속 품게끔 만들었다.
...
 

소금꽃나무는 작업장에서 잔업을 마치고 퇴근하려는 노동자들의 등짝에 새겨져 있는 소금덩어리의 이름이다.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이 꽃만 피어나 한 사람의 등에 있는 소금꽃나무는 그냥 그런 소금꽃나무지만, 노동자들이 모여서 보여주는 소금꽃나무들의 모습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동의 흔적이 아닐까?

노동의 기록은 지금까지 어쩌면 남성의 기록으로 주로 한국사회에서 쓰여있었는 지 모른다. 은연중에 우리는 노동의 역사를 투쟁의 역사로만, 피의 역사로만 기억했는 지 모른다. 물론 '소금꽃나무'의 역사가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그녀가 보여주는 글쓰기는 우리의 일상의 섬세함을 비추어 줄 수 있는 노동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녀는 반성이라 이야기했지만, 그건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자의 반성이 되어야하고 또한 우리의 미래를 다시금 노동의 승리의 역사에서 바라보려는 '오래된 미래'를 그리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