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대중 음악의 이해
사이먼 프리스.윌 스트로.존 스트리트 엮음, 장호연 옮김 / 한나래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대중 음악에 대한 포괄적 이해

TV를 보면서 우리는 음악을 보기도 하고, MP3를 들고 다니면서 이어폰으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걷기도 하고, 이따금은 라디오에 나오는 선곡된 곡들을 들을 뿐더러, 인터넷의 자신의 블로그에 정체성을 드러내는 음악들을 배경음악으로 걸어놓기도 한다.

음악은 어디에도 정확한 위치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서도 우리는 음악을 배제하고서 살 수는 없다. 이런 '음악이 범람'하는 시대에 도대체 그 '음악'이란 놈은 무엇일까? 더 좁혀서 들어가보자,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고 있는 '대중 음악'이라는 놈은 뭐하는 놈인가??

동시에 나에게 특별한 문제의식 하나더,

'사회적 저항 혹은 변화'를 추동하는 '음악'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음악'의 형태인건가? 내용은 어때야 하는가??

그 때문에 이 책을 잡기 시작했다.

이 책만을 읽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쉬이 가기 위해서 신현준의 "빽판 키드의 추억"을 읽었고, 책 장 한켠에서 쳐박혀 있던 이영미의 "서태지와 꽃다지"를 읽었고, 그 사이에 신현준의 "록 음악의 아홉가지 갈래들"도 오늘은 읽었다.

어떤 책 한권을 읽고서 그 책을 장악하고,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내 관점에서 소화하고 나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사실 나름대로 음악 좀 안다고 까불었고,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눈도 나름대로 키우고 있었다고 생각했었으나, 이 책은 나의 자세에 일침을 가했다. 그냥 제대로 한방 먹었다.

이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어렵다기보다는, 차분히 공부하는 자세로 하나 하나 생각해가면서 읽고, 또 정리하고 관련된 논의들을 살펴야 하는 '교과서'로서의 책이었으나, 난 그냥 에세이 수준으로 생각하고, 주욱 읽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덕택에 일을 핑계로 진도는 점차 밀려갔다.

열흘 이상을 끙끙대고 있었고, 일독을 한 지금에도 계속해서 차근 차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주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중 음악의 이해"는 말 그대로 포괄적인 대중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들의 종합적인 서적이다.

우리는 흔히 대중 음악에 대해서 단순히 그 장르와 상업성 정도로 포착하는 수준 정도에서 식자로서의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의 관점을 바라보자면, 그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중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테크놀로지의 구도를 알아야하고, 대중 음악 산업의 구도를 알아야 하며, 대중의 소비 패턴이라는 것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음악 테크놀로지가 악기, 레코딩 장비, 재생 장비를 임의로 모아둔 것 이상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테크놀로지는 우리가 음악에 관해 경험하고 생각하는 환경이기도 하다. 우리가 음악적 소리를 만들고 들을 때 관여하는 실제의 집합이며,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평가하며 그 과정에서 음악잉란 무엇인지, 또 무엇일 수 있는지 규정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담론의 한 요소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음악 제작, 유통, 경험에 사용되는 전자 장비의 집합은 그저 우리가 그것을 통해 음악을 경험하는 기술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테크놀로지는 음악 생산과 소비의 '양태'가 되었다. 다시 말해, 테크놀로지는 음악 만들기의 전제 조건이자, 음악적 소리와 스타일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음악 변화의 촉매가 된 것이다."(pp.33~34)

일전에 이영미의 "서태지와 꽃다지"의 입장에 대해서 이 책의 입장으로 비판하자면, 이영미는, 그 테크놀로지의 구도에서 '대중음악'이라는 것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비판'의 프랑크푸르트 학파 풍의 비판은 할 수 있었지만, 구도를 다차원화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약한 비판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특정 장르를 (나 같은 경우에는 싸이키델리록과, 히피즘, 그리고 최근의 RATM 같은 민중지향적 음악) '대안'으로 쉽게 설정하기 어려운 이유 등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3부의 논쟁들은 그런 축들을 명확히 보여준다. 팝과 록을 바라보는 관점, 대중 음악과 성차, 섹슈얼리티, 록의 정치, 인종 문제, 로컬/글로벌 에 대한 논쟁들을 펼쳐 놓고 있으며, 순전한 '인상 비평'의 수준이 아닌, 텍스트에 치밀히 기어들어가서, 또한 그 형식을 조목조목 뜯어보면서, 게다가 그 산업적 함의까지 '악착같이' 논의하는 저자들의 성실함이 보인다.

이 책은 '용감한' 비평가들에 대해서 일갈을 가하며, 더 나은 논의를 위해서 바라봐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읽고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책의 편집자 중 한명인, "사이먼 프리스"라는 사람은 굉장한 영미권에서의 '대중음악학'의 대가다. 2차원적인 형식/내용의 분류법에서 벗어나서, 그 기저에 깔린 대중음악의 사회적 의미를 발굴하기 시작한, 세대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대중음악에 대해서 공부하기 위해서 읽어봤어야 할 책이었고, 찬찬히 한 번 더 뜯어봐야 할 책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이 책에 대해서 완벽하게 '장악'하고 '자근자근' 비평하고 싶으나, 그 이상으로 지금 나아가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마냥 이 책의 저자들이 대단해 보이니 말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인데, "공부할 건 참 미어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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